▷양제는 뤄양을 찾는 외국사절에게 한 달 동안이나 계속되는 공연을 베푸는가 하면 외국 상인을 위한 대교역회도 열었다고 한다. 그럴 때면 채소를 파는 늙은이마저 용수초로 짠 고급 자리를 만들어 앉게 했다는 것이다. 관리들은 조정의 지령을 받아 외국 상인들에게 “중국은 풍요하여 술과 음식은 돈을 받지 않는 것이 상례”라는 말까지 퍼뜨리고 다녔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나무에 비싼 비단을 둘러놓기도 했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 뤄양에서는 나무도 비단옷을 입고 있다는 소문이 돌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당시 수나라의 실상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대규모 왕궁과 운하건설 등으로 민심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뤄양을 찾은 외국인들도 비행기를 타고 날아 온 것이 아니라 몇 달씩 걸어서 왔기 때문에 양제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오다 보니 3대가 한자리에서 굶어 죽는 것도 보았는데 그들은 비단옷을 걸친 뤄양의 나무만도 못한 신세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아 관리들이 이를 단속하고 다녔다는 고사도 있다. 수나라 양제가 과시한 ‘뤄양의 경기’는 모두 허상에 불과했다.
▷우리의 기업체감경기가 6개월 만에 호전됐다는 보도다. 최근 전경련이 조사한 기업경기 실사지수(BSI)가 102.4를 나타냈다고 한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인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경기가 바닥을 탈출했는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BSI는 기업인들의 주관적인 느낌을 조사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BSI내용이 ‘뤄양의 경기’처럼 우리 경제의 허상을 ‘체험’한 결과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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