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조차 되지 않는 번역과 작문이 실소(失笑)를 자아낸다. 본보 기자가 입수한 답안지 37장 중 25장이 0점 처리된 것이라고 한다. 이러고서도 전원이 영어교사 자격증을 얻었고 일부는 일선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이는 교사 부전공 연수제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교원수급 정책 등 우리나라의 교육 인적 자원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기술 상업 교련 독일어 등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과목의 교사들을 국어 영어 수학 컴퓨터 등 수요가 많은 과목 담당으로 바꿔가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부전공연수에는 지난해 7000여명이 참여했고 올해와 내년 각각 6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2, 3개월 동안의 단기 연수를 실시한 후 형식적인 시험을 거쳐 낯선 과목을 가르치게 하는 이 제도는 결과적으로 무자격교사를 양산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제도 자체가 기본적으로 실직 위기에 처한 교사들을 ‘구제’하기 위한 ‘땜질식’처방이라는 점이다. 교육의 질이나 교직의 전문성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논리로만 교육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 중에도 실력이 떨어져 학생들이 외면하는 사람이 많은데 불과 몇 달의 연수를 받은 교사가 어떻게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만 연수를 받게 하거나, 연수 후 엄격한 자격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범대 졸업생과 똑같은 임용시험을 치르되 교사 경력을 인정해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예 처음부터 복수 전공을 시켜 교사를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외국의 경우를 참조할 필요도 있다.
세상과 학생들은 크게 변하고 있는데 교사들은 그같은 흐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력있는 교사의 양성과 임용, 현직 교사의 경쟁력 향상, 현재 88.5%인 교원 법정정원의 확보, 이를 위한 교육 재정의 확대 등이 국정의 주요 과제로 탄탄한 힘을 받아야 한다. 교원 확보 문제만 해도 그처럼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이 공무원 증원 억제라는 획일적인 형평주의에 번번이 밀려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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