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원/현대 ‘배짱’ 정부 ‘팔짱’

  • 입력 2001년 3월 8일 18시 39분


현대 계동사옥 12층 문은 늘 잠겨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이 바로 그곳에 있다. 드나드는 외부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금강산 사업의 현 상황을 보는 것처럼 썰렁하다.

남북화해의 물꼬를 텄다는 금강산 사업이 갈림길에 놓여 있다. 사업주체인 현대는 물론 남북한 정부가 모두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중단 불가피’ ‘사업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 바꾸기를 거듭하는 ‘금강산 곡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한 실향민 독자는 “올해는 금강산엘 한번 가볼 요량이었지만 지금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한심해서 가볼 생각이 싹 가신다”는 내용의 전화를 걸어 왔다.

한 달에 1200만달러(약 150억원)를 관광대가로 북한에 ‘퍼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항변이다. 적자가 눈덩이로 불어나니 절반으로 깎자면서 북한을 찾아가 고개 숙이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얘기다. 한때 “통일사업의 기틀을 닦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칭송했던 정부측의 ‘팔장 낀’ 태도 또한 답답하다는 꾸중도 들린다.

지금 금강산 관광사업은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꼬여 있다. 현대는 적자가 너무 커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걸핏하면 남북한 정부를 상대로 ‘벼랑끝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금강산 사업이 남북관계에 적잖은 공(功)이 있다고 해서 현대아산이 겪고 있는 ‘구겨진 모양새’가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현대는 2개 은행에 200억원의 긴급자금대출을 요청했다. 이들 은행은 물론 현대측의 요청을 거절했다.

현대는 지난달 북한에 보낼 1200만달러 가운데 200만달러만 송금했다.

지금대로라면 금강산 사업의 정상화는 정말이지 난망(難望)인 셈이다. 현대아산이든 다른 업체든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 대안 마련에는 금강산 성과를 ‘무임승차’로 즐겨온 정부 역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원<경제부>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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