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압구정동의 명품멀티숍 ‘피카소’. 올봄 새로 들여온 구두 20여켤레가 진열돼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진정한 의미의 ‘구두’는 없었다. 신발의 앞과 옆을 감싸는 겉가죽은 붙어있지만 밑창은 운동화처럼 고무가 붙거나 평평한 스타일이다. 중간중간에 ‘보아텍스’ 같은 신축성 소재가 붙어있어 수월하게 발을 넣었다 뺐다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인근 디자이너스 클럽 지하의 한 남성화가게도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의 신발이 이런 ‘반운동화 반구두’형태. 회사원 정현진씨(28·‘마이세이 뉴욕’ 근무)는 “치마에도 어색하지 않게 받쳐 신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스니커스’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운동화’에다 발을 편하게 해주는 장점이 가미된 ‘운동화형 구두’인 셈이다. 그물스타킹, 하이힐, 발찌 등 최근 유행아이템이나 액세서리의 포인트가 점점 하체로 내려가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남성용의 경우 구두 앞부분이 뭉툭하거나 납작하고 사각이며 뒷부분은 살짝 올라가 있어 은근한 시선집중효과를 낸다. 갈색 검은색 바탕이 대부분이지만 빨간색이나 노란색의 포인트컬러가 신발 한구석에 가미된 경우가 많다. 끈이 있거나 매직테이프(일명 ‘찍찍이’) 같은 소재를 이중으로 붙여놓은 스타일도 있다.
여성용은 좀더 ‘단화’ 같은 분위기. 끈으로 매는 스타일은 가죽을 덧댄 것을 제외하고는 운동화에 가깝다. 2년 전 프라다에서 캐주얼 라인으로 출시, 그때만 해도 연예인 등 특수계층에서 인기를 모으다가 페라가모 루이뷔통 구치 등 명품 수입브랜드 외에 소다 등 내수브랜드들까지 본격적으로 가담하며 대중화됐다.
남성의 경우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 확산바람이 신발에도 영향을 미친 셈. 격식을 차린 정장 외에는 대부분 조화를 잘 이룬다.
봄철에는 재킷과 면바지에 무난하게 코디할 수 있다.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몸에 붙는 진한 일자 청바지를 7∼9분 정도로 큼직하게 접어 입으면 스니커스의 경쾌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치마정장의 경우 A라인이 정확하게 떨어지는 것보다는 다소 풍성해 보이는 항아리형 치마나 주름치마가 좋다. 민무늬 스타킹보다는 양말처럼 짧은 컬러스타킹이 더 잘 어울린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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