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김치 없으면 못살아 'I LOVE 김치'

  • 입력 2001년 3월 9일 13시 53분


김치를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 그것도 땅 속 깊숙이 묻어 잘 익혀둔 김치라면 더욱 만족스럽다. '김치'가 없으면 못 살아 이름도 '김치'다.

최근 4권이 출간된 전세훈의 'I LOVE 김치'(시공사 펴냄)는 '김치'를 너무 좋아하는 고교생을 주인공으로 한 특별한 학원물이다. 학원 만화라 하면 특정 고교를 중심으로 싸움을 잘하는 폭력 집단간의 패권과 권력을 주제로 하거나, 아기자기하게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인데 'I LOVE 김치'는 그렇지 않다. 제목만 보면 음식 만화나 가벼운 명랑물 정도를 연상케 하지만 내용은 그와 상반된 본격 액션 만화다.

우선 시대 배경은 가까운 미래. 다양한 인종의 학생이 다니는 세계 인류 고교에 주인공 김치가 전학온 데는 특이한 이유가 있다. 진정한 싸움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선 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선운도'라는 인물을 꺾어야 하기 때문. 선운도와의 한판 대결을 위해 김치는 '스핑크스 수수께끼'식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이후 '마스터 교육대'의 최종 10관문을 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이 만화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괴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풍부한 만화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그들의 복장은 SF 만화에 등장하는 미래 인간처럼 첨단을 달리며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그려지는 자연 묘사도 미래적이다.

'I LOVE 김치'에서 '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학교라는 장소는 '전투 공간'의 사이 사이에 등장하는 맛뵈기일 뿐이다. 등장 인물들의 설정도 색다르다. 싸움을 통한 친구간의 '우정'을 주로 그리는 일반적인 학원물과 달리 우리의 전통 음식을 끔찍히 아끼는 주인공의 '애국심'이 내용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1권에 등장하는 요리에 정통한 일본 학생과의 대결도 그렇다.

<노노보이> <유혹의 턴> <삐삐쳐>등을 발표해 온 전세훈씨는 데뷔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 베테랑 작가로 연재중인 축구만화 <슈팅>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액션·학원물을 그려온 그는 다음 작품으로 인간적인 휴먼 드라마나 순정쪽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 홈페이지(http://www.sewoony.com/)도 가지고 있는 그는 "작품에 대한 팬들의 의견이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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