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42). 영국 영화감독 가이 리치(32)와 사이에 지난해 10월 아들을 낳은 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식 자랑을 한다. 쿠바 출신의 운동선수인 카를로스 레온과의 사이에 딸 루르드(4)를 두고 있지만 작년 출산 이후에는 공식활동을 중단한 채 ‘늦둥이 출산’을 권하고 다닌다.
눈코 뜰 새 없는 스케줄과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의 내로라 하는 인기스타와 정치인 등 세계 유명인사 가운데 ‘늦둥이 출산’ 바람이 강하다. 빠르면 손자 볼 나이에 주책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마냥 행복하다.
환갑을 맞은 배우 알 파치노(61)와 베벌리 단젤로(46) 커플도 마찬가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듯 아이를 낳지 않은 채 동거해온 이들은 1월 쌍둥이 남매를 얻었다. 단젤로는 “출산은 내가 한 선택 중 가장 옳은 것이었다”며 기뻐했다. 1992년 영화 ‘여인의 향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알 파치노는 앤서니 퀸(86)에 이어 연예계 인사 가운데 두 번째로 ‘늙은 아빠’가 됐다. 2명의 전 부인과의 사이에 14명의 자식을 둔 앤서니 퀸은 81세 때 증손녀뻘 딸을 얻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할리우드의 글래머 스타 킴 베이신저(43)와 여배우 글렌 클로즈(44)도 각각 마흔 넘어 늦둥이 아이를 낳았다.
늦둥이 출산 바람은 정계에도 거세다.
지난해 5월 아이를 얻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47)와 부인 셰리여사(46). 변호사로 네 남매 어머니가 된 셰리 여사는 “고교생인 큰아들 유안(17)에게는 조금 창피했지만 늦둥이 레오를 볼 때마다 행복감에 빠진다”고 고백한다. 환경론자로 종이기저귀 대신 천기저귀를 사용하면서도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1999년 독일 사회민주당 당수직을 버리고 귀향한 오스카 라퐁텐(58)도 늦둥이 자식을 보았다. 그는 요즘 아내 이레네(46)와 함께 아들 카를(2)을 무동 태우는 일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기독사회당 당수와 재무장관을 역임한 테오 바이겔(62) 역시 백발을 날리며 네 살배기 콘스탄틴을 키우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그레고어 기지 민주사회당 원내의장(63·원내총무격이나 당수보다 힘이 강력함)도 의정활동을 뺀 대부분의 시간을 두 살배기 딸과 함께 보낸다.
유명인사의 늦둥이 바람에 대해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호에서 “중년 이후 생긴 삶의 여유, 젊어서 느끼지 못한 가족의 소중함, 인기와 권력의 무상함, 정력 과시 등의 심리가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오스트리아의 연구자 하랄드 베르네크는 “나이든 부모는 젊은 부모에 비해 출세욕이 적고 스트레스도 적게 받아 아이한테 따뜻한 관심을 쏟을 수 있으며 늦둥이는 부모가 후천적으로 획득한 유전형질을 물려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똑똑하다”고 주장했다. 연예계와 정계 인사들의 잦은 재혼도 늦둥이 출산의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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