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박종원/변하지 않는 기업 미래없다

  • 입력 2001년 3월 9일 18시 37분


동물의 세계에서는 사자가 들소를 잡아서 배를 채우고 나면 그 다음에는 하이에나, 들개, 독수리 순으로 달려들어 먹이를 먹게 된다. 그러나 배고픈 하이에나들이 떼지어 다가오면 위협을 느낀 사자는 힘들여서 잡은 먹이를 양보하고 그 자리를 떠나게 된다. 아무리 밀림의 제왕이라고 하더라도 자기보다 더 강한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정글의 현실인 것이다.

이처럼 강자가 언제나 강자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정글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라고 해서 항상 그 위치를 고수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도 과거의 고질적인 경영방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소리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나는 항상 "변화하지 않는 것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고 강조한다. 변화란 외부 환경과 조직 사이에 균형을 잡아나가는 끊임없는 과정이므로, 모든 기업은 변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고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국내의 거대 공룡기업들은 구조적인 비효율성과 부실한 재무구조 등으로 강제퇴출됐으며 앞으로도 시장은 더욱 냉정한 경쟁원리를 적용하면서 적자생존의 원칙을 고수할 것이다.

이처럼 급속한 환경변화는 금융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속 없는 외형성장에 치우친 기업들은 경영효율 및 수익 저하로 인해 곤경에 처해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몇몇 외국보험사들이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으며 어느 기업이든지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통해 국경에 제한없이 고객을 찾아다니는 것이야말로 국제경쟁 시대의 현주소라고 할 것이다.

우리 회사도 과거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재보험 독점기업으로서, 안이한 경영방식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어왔으나 90년대 초부터 보험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하면서 3년 전부터 재보험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어 국내에 진출한 스위스 리, 뮈니크 리, 게링 글로벌 등 외국 재보험사들과 치열한 영업경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그동안 경직되게 운영하던 보험요율을 경쟁요율 체제로 전환하고 보다 나은 보험서비스 개선을 위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보상으로 보험수요자를 적극 보호하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해외 보험시장을 개척해 영업기반을 확충해나가고 있다.

이런 것을 볼 때 기존의 질서와 관행을 따르는 것이 편하고 안전하다는 생각은 크나큰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과거를 냉정하게 평가하여 잘못된 것은 과감히 잘라내고 변화하는 환경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적절히 수립해 실속있는 경영을 하는 것만이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기업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고, 또한 과거의 연장선상에서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박종원(대한재보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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