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장인 서울 호암아트홀에는 행사 2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주주들이 몰려들어 주총이 시작된 오전 9시가 넘어서도 100여명이 입장하지 못한 채 길게 줄지어 섰다.
이날 주총의 쟁점은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방안 △회사측과 참여연대가 각각 추천한 사외이사의 선임 여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의 경영참여 등.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가하락에 대한 책임을 따지면서 목청 높여 고배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주총 의장인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참여연대측 주주들이 현안마다 치열한 논리대결을 펼쳤고 여기에 다른 주주들의 박수와 항의, 야유가 겹치면서 주총 현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맨 처음 마이크를 잡은 한 소액주주는 “회사가 배당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시가의 0.12%에 불과하다”며 “주가가 떨어져 피해를 본 주주들을 배려해 액면가의 50%에 불과한 배당률을 500%로 높여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6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순익을 냈는데도 주가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경영진은 이해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다른 주주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하지 않고 어떻게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겠느냐”면서 회사측의 편을 들었다.
윤 부회장은 “주가가 41%나 떨어진 것은 국내 주식시장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이라며 “소니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삼성전자보다 하락폭이 더 크다”고 달랬다.
○…첫 번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건이 상정되자 회사측과 참여연대는 삼성자동차 부채처리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은 “삼성차 부채처리 문제는 주가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외국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민감한 문제”라며 “삼성차 채권단과의 합의에 따라 부채를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윤 부회장은 “당시 채권단이 금융제재를 취하겠다고 해서 합의를 했지만 현재는 부채부담 문제를 놓고 재협상을 벌이는 중”이라며 직답을 피했다.
상당수 주주들은 참여연대측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대우 현대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경영을 아주 잘한 회사다” “협상전략이 밝혀지면 기업가치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회사측을 지원했다.
○…반말이 오가면서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윤 부회장이 재무제표 승인 건에 대해 “이의가 없느냐”고 물은 뒤 “박수로 통과시키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리자 참여연대측이 거세게 반발했다.
참여연대 장하성 경제민주화위원장(고려대 교수)은 “분명히 이의제기를 했는데 어떻게 한국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가 박수로 통과시키느냐”고 따졌고 김기식 정책실장은 “주총은 머릿수로 하는 게 아니라 주식 수로 하는 것”이라며 삼성차 부채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윤 부회장은 김 실장의 질의가 이어지자 “정회할 테니까 나하고 한판 붙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김 실장은 “왜 반말을 하느냐”고 맞섰다.
○…김 정책실장은 “삼성전자에서 과장이 되려면 입사 후 7년은 걸린다”며 “입사한 뒤 해외유학만 다녀온 재용씨가 무슨 근거로 1만1000명의 과장과 9000여명의 부장을 제치고 이사로 경영에 참여한단 말이냐”고 따졌다. 또 다른 주주도 “경영권을 3대째 세습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가세했다.
윤 부회장은 “최고경영자로서 재용씨를 사내이사로 승진시켜 적소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재용씨의 경영일선 등장을 기정사실화한 뒤 “이는 경영판단 사항인 만큼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재용씨는 유능하고 겸손하며 예의바른 인물로 삼성전자가 해외연수 등을 통해 키우고 있는 500여명의 인재 가운데 한 명”이라며 “98년부터 3년간 529명의 해외 석박사를 채용했는데 이 가운데 22명이 이사에서 부사장급으로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창업자 후손의 경영참여와 관련해 “모토로라도 창업자의 손자가 회장을 하고 있고 포드는 증손자가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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