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세계화와 탈냉전의 압박까지 받아야 하는 나라들은 온갖 종류의 복합적 사안들이 동시에 분출하여 극심한 갈등과 긴장에 직면하게 된다. 서로 다른 가치관, 시관(時觀), 이해관계를 가진 국내외 세력들이 서로 다른 요구를 하게 되고, 그 결과 이들 세력 사이에는 이익의 극대화를 둘러싼 대립과 투쟁이 만연하게 되는 것이다.
지식정보화·세계화·탈냉전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는 지난 1주일 동안 상충하는 다양한 요구와 힘에 세차게 휘둘렸다. 국제적으로는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둘러싸고 한미 사이에 잠재적 갈등이 표출되었으며, 이로 인해 한미정상회담은 고도의 긴장 속에서 진행되었다. 국내적으로는 새만금 사업 강행, 교육이민 문제, 정계개편 등을 둘러싼 갈등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또 증폭되었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동아일보는 문제를 정확히 포착하고, 그것을 쟁점화하는 데 매우 충실했다고 판단된다. 특히 NMD와 한미간의 정책 이견에 대해서는 3일자 A1면과 A3면, 5일자 A5면, 6일자 A5면과 A6면, 7일자 A3면과 A6면, 8일자 A1·A3·A4면, 9일자 A1·A3·A4·A5·A7면 등에서 보도기사, 분석기사, 시론 등의 형태로 집중적으로 보도하였다.
한편 새만금 사업의 강행에 대해서는 6일자 A1면의 톱기사와 A3면의 분석기사, 그리고 7일자 A5면의 사설을 통해 그 부당성을 강도 높게 지적하였다.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5일자와 6일자 A1면의 톱기사, 7일자 A7면의 시론, 8일자 A3면의 기획기사와 A5면의 사설, 9일자 A5면의 기획기사 등를 통해 그 심각성을 상세하게 부각시켰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의 보도에는 몇 가지 미흡한 점도 드러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동맹관계의 재확인과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 등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는데도 9일자 A3면에 보도된 DJ-부시 인식 차이 못 좁혔다 는 제목의 해설기사 등에서 양국의 차이를 더욱 강조한 것은 시각에 다소 편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교육문제의 경우 전 과목이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는 점, 수능과 내신 등 평가가 과중한 점, 교과목과 교사의 구조조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 등을 포함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지적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에 대한 지원 문제와 로버트 김 구명운동을 쟁점화한 것은 동아일보의 큰 성과였다. 중국의 급부상을 실감있게 추적하고 있는 '상하이 리포트' 도 매우 시의적절한 기획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성경륭(한림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