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며칠 전에 지났고, 이제 얼마 후면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이맘 때 우리 조상들은 밤하늘에서 삼태성(三台星)이란 별들을 보며 장수감을 내려주기를 빌었다 한다.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같은 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하늘을 우러르면 북두칠성 아래로 마치 사슴 한 마리가 뛰어가며 남긴 발자국처럼 연이어 가지런히 찍혀 있는 세 쌍의 별들을 볼 수 있다. 이 별들이 바로 삼태성이란다.
삼태성은 중국 역사에서 제갈공명의 죽음을 예언한 별로도 유명하다. 유비가 죽은 후 나랏일을 돌보던 공명이 어느 날 전장에서 삼태성 한 가운데로 다른 별 하나가 침범해 오히려 주인별들을 희미하게 만드는 걸 보고 자신에게 죽음이 가까워진 걸 알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밤하늘을 비추는 삼태성은 어사 박문수에 관한 설화를 들려준다. 삼태성이 세 소년의 모습으로 세상에 내려와 박 어사와 함께 무서운 지네를 제거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삼태성은 하늘나라의 궁궐에 해당하는 태미원(太薇垣) 안에 있는 별들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동양 점성술에서 매우 중요한 별자리다.
그런데 이 신비로운 삼태성 설화가 서양 별자리에 따르면 곰 발바닥 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과 봄에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너무도 또렷하고 멋진 별들인데 서양에서는 큰곰자리의 곰 발을 이룰 뿐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엄연히 다 밝혀진 역사도 왜곡해 자기 것을 만들려고 발버둥인데 우린 왜 이리 쉽게 남의 문화 앞에 우리 것을 버려야 했을까 못내 서글프다.
이 책에 따르면 서양의 밤하늘이 몇몇 큰 별자리들에 의해 밋밋하게 구성된 멋없는 공간인데 비해 동양의 하늘은 3원(垣)을 중심으로 28수(宿)의 별자리들이 동서남북으로 각기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이루는 복합적이고 상상력 풍부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나 첨성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천문학만큼은 왠지 서양보다 우리가 훨씬 오래 전부터 더욱 깊숙이 연구했을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서양 별자리에 얽힌 신화들이 한결같이 불륜과 투쟁으로 얼룩져 있는데 비해 우리 별자리는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 얘기를 비롯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얘기, 월궁의 항아 선녀가 샛별 소년과 은하수를 노니는 얘기 등 가슴 따뜻한 얘기들로 반짝인다는 지적 또한 싱그럽다.
최재천(서울대 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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