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의 나이로 은행권에서 국내 최연소 임원으로 선임된 하나은행 서정호(徐禎浩·사진)본부장은 “젊은 나이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나은행이 10일 연 주주총회에서 이사대우로 선임된 서본부장은 현재 아서 앤더슨 리스크컨설팅그룹 이사로 재직중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을 거쳐 금융감독원에서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담당했다.
그는 “당시 군림하는 위치에 있다가 서비스하는 위치로 바뀌면서 적응하는데만 3∼4개월이 걸렸다”며 “그러나 감독자의 입장에서 배운 지식이나 생각을 현실에 접목하고 싶어 감독기관을 떠났다”고 밝혔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한국은행 입행 후 5년만인 92년 휴직을 하고 유학길에 오르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미국텍사스공과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와 박사를 마친 뒤 98년 은행감독원에 다시 돌아와 유학시절 동안 닦은 리스크관리 부문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서본부장은 “어떤 기업이 부도날 위험이 있는 지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리스크 관리는 그동안 국내 금융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부분이었다”며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젊은 나이에 임원으로까지 영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 대출이나 유가증권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 만큼이나 부실 기업의 관리를 통해 손실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우리나라에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분야에서 아직도 과제는 남아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본부장은 “부실이 좀더 정리되고 국내 금융환경이 좀더 안정되어야만 (정부 입김에서 벗어난)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부실기업 판정 등이 이뤄질 것”이라며 “젊은 임원으로 스폿라이트를 받는 만큼 시중은행의 위험관리 기능을 한단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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