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다시 맞붙은 펜과 지휘봉

  • 입력 2001년 3월 11일 18시 50분


<슬래트킨, 케니코트 비평에 발끈…세인트루이스 '악연' 워싱턴 이어져>

미국 수도 워싱턴의 문화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워싱턴 포스트 지(紙)가 ‘전쟁’에 돌입했다.

최근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레너드 슬래트킨은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전속 음악평론가 필립 케니코트의 콘서트 비평(동아일보 1월15일자 C6면 보도)과 관련, 악단 홈페이지에 이를 반박하는 서한을 실었다.

<워싱턴포스트지 비평가 케니코트 "천박하고 한물간 자연음계 음악 무대에 끌여올려">

케니코트는 지난해 12월31일자 리뷰에서, 슬래트킨의 의뢰로 영화음악가 마이클 케이먼이 작곡한 관현악곡이 ‘진부함과 천박함, 수명을 다한 자연음계를 대표하는 음악’ 이라고 평한 뒤 “할리우드 스타일에 영합하는 이런 잡종음악을 공연장에 끌어들인다면, 진지한 음악가들에게 돌아가야 할 작은 경제적 보조마저 빼앗는 일’이라고 비난했었다.

<내셔널심포니 감독 슬래트킨 "공공연한 적의로 사실을 날조한 글 무책임하고 간교">

이에 대해 슬래트킨은 케니코트의 글이 ‘무책임하고 간교하며, 공공연히 적의를 드러내 사실을 날조했다’고 맹렬한 반격을 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슬래트킨의 글을 주말판에 요약 소개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케니코트의 담당 데스크인 존 팬케이크는 “그들이 우리를 비난하고 싶다면 우리도 비난할 수 있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맞서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한 관계자도 “우리의 목표는 케니코트를 사직시키는 것”이라며 화해가 불가능함을 암시했다.

케니코트와 슬래트킨의 악연은 워싱턴 음악계에서는 전부터 알려져 있다. 슬래트킨이 세인트 루이스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 케니코트도 같은 곳에서 필명을 날리던 비평가였다. 슬래트킨이 워싱턴으로 일자리를 옮길 즈음 케니코트가 그의 ‘정치공작’을 꼬집는 칼럼을 지역 신문에 게재하면서 두 사람의 사이가 크게 벌어졌다. 운명의 장난인지 케니코트는 1999년 워싱턴 포스트에 스카웃돼 특유의 ‘공격적 글쓰기’를 해왔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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