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약천/정부 '로버트김 살리기' 나서라

  • 입력 2001년 3월 11일 18시 53분


조국을 위해 미국의 국가 기밀을 넘겨주었다가 간첩죄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미국 연방교도소에서 4년반째 복역 중인 재미동포 로버트 김씨(61)의 석방 운동을 해온 지 4년이 됐다. 그동안 말못할 사정도 많았고 운동을 포기할 뻔한 일도 있었다. 그래도 내 동포, 내 형제인데 하는 뜨거운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것을 생각하면 실로 꿈만 같다.

그동안 국내외 동포들이 보여준 뜨거운 애국심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의 깊은 사랑은 연약한 운동 기반을 든든하게 만들어 주었다. 많은 뜻 있는 분들을 만나면서 힘을 얻고 운동의 영역을 넓혀 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열린 1차 로버트 김씨를 위한 자선 콘서트에서 빠진 광주 부산 지역 공연을 추진하면서 다시 한번 석방 운동의 열기를 느끼며 뜨거운 기쁨을 맛보았다. 콘서트를 도와주고 격려해 준 분들 및 지역주민과 시민운동 지도자들의 뜨거운 성원은 광주와 부산 공연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게 해줬다. 연인원 3000명이 넘게 동참한 것과 모금에 응해 준 분들을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을 누를 길이 없다.

열악한 운동 환경 속에서 아무런 기대도 사심도 없이 오로지 로버트 김씨의 석방을 위해 시간을 내고 정열을 불태운 각계 각층 사람들 덕분에 여론을 환기하고 그의 석방을 요청할 수 있었으니 우리 사회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로버트 김씨가 애매하게 고난당하고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분단 조국이 처한 처절한 현실을 뼈아프게 느끼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서 로버트 김씨가 하루 빨리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기도 하다.

김대중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측에 이런 바람을 실어보냈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사건을 거론하거나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동포애 차원에서라도 관심을 갖고 대통령을 수행하는 정부측 인사라도 로버트 김씨를 위해 안부를 물어줌으로써 정부가 그동안 보여온 외면과 무관심 때문에 고통받고, 과중한 징벌 때문에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정상회담에서는 물론이고 대통령을 수행한 어떤 인사도 로버트 김씨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정부는 형량 재심청구를 통해 로버트 김씨가 조기 석방되기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으로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외교적 노력으로 그의 조기 석방을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로버트 김씨가 당한 고초와 설움을 깊이 이해하고 동시에 한미간 긴장 관계 속에서도 그가 처한 개인적인 슬픔을 걷어내고 한미관계가 활짝 개이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600만 해외 동포 가운데 소외받는 계층과 소수 민족으로서 부당한 처우를 받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로버트 김씨 석방 운동은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생존의 활로를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안약천(로버트 김 석방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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