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백두대간

  • 입력 2001년 3월 11일 18시 53분


이 땅의 모든 산줄기가 백두산과 통한다는 백두대간의 개념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지도에 정통한 분들이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산경표(山經表)라는 대간의 족보를 발굴한 뒤 산악인들의 호응을 얻어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산악회 등에서 실시하는 백두대간 종주 계획은 호응이 더욱 대단해지고 있고, 개인적으로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백두대간이란 말이 빠르고 넓게 퍼지는 이유는 백두산에 대한 우리의 정서와 함께 우리의 민족정신을 되찾자는 마음이 작용하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산맥 이름은 일본학자 고토 분지로에 의해 명명됐는데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본이 1900년과 1902년 침략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광물탐사사업의 학술 책임자였던 그는 지질학교수였기 때문에 지질 구조선에 기초해 산줄기를 가름으로써 백두대간이 태백산맥이나 소백산맥 등으로 여러 토막이 났다는 것이다. 산경표의 1대간 1정간 13정맥도 그렇듯이 우리나라는 산줄기의 흐름을 물줄기에서 찾았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400㎞가 이어지는 백두대간 중 남쪽의 설악산에서 지리산까지 670㎞에 대한 생태조사 결과가 엊그제 발표됐다. 국토연구원 등이 19개 구간으로 나눠 식생과 훼손 정도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개 구간이 중간 이하인 4, 5등급으로 드러났다. 백두대간의 형질이 많이 변화됐다는 조사도 얼마 전 있었다. 관통 도로는 고속도로 2개소, 국도 16개소 등 모두 72개 노선이고 철도 5개선, 임도 25개 노선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락 단지, 광산, 군사시설 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두대간 생태기능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2003년까지 국도 13곳에 육교형 야생동물 이동 통로를 설치하고, 생태계가 단절될 우려가 있는 신규 도로건설 지역에는 이동 통로 설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 산림청도 백두대간의 능선에서 양쪽으로 일정 범위를 보전지역으로 정해 특별 관리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다. 뒤늦게나마 백두대간에 대한 당국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은 다행이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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