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사제폭탄을 제조 폭발시켜.’
‘산 병아리 죽이는 잔혹게임 유행.’
최근 신문과 방송 사회면을 장식한 기사 제목들이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들은 “가정 학교 사회의 역할이 붕괴되면서 과거에는 드물게 나타났던 청소년들의 ‘공격적 행동’이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전되는 공격적 성향〓공격성은 인간의 본능중 하나다. 성행위 자체가 공격적인데다 가장 공격성이 강한 정자만이 임신에 성공한다.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시작했을 때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 식량과 피난처를 구하기 쉬웠고 생존을 위해 이런 ‘공격적인 유전자’는 후대로 계속 전수됐다”고 설명한다.
영국 런던정신의학연구소가 쌍둥이 1500쌍을 대상으로 연구해보니 살인 등 공격적 행동은 유전이 잘 되지만 게으름 도둑질 등 비공격적 행동은 사회적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자 아이는 사회환경을 통해 비공격적 행동을 더 많이 배운 반면 여자 아이는 유전적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코티솔이 적으면 공격적〓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이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 7∼12세 38명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침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양이 적으면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티솔 수치가 높은 어린이가 보이는 공격적 행동장애 증상의 수는 1.5개인데 비해 수치가 낮은 어린이는 5.2개였다. 특히 코티솔 수치가 낮은 어린이의 58%는 10살이 되기 전부터 공격적 행동을 보였다.
▽충동과 억제 시스템〓인간은 1, 2살까지 욕구대로 행동한다. 욕구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는 ‘충동(Excitation) 신경 회로’는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지만 욕구를 자제하는 ‘억제(Inhibitation) 신경 회로’는 꾸지람 충고 등 외부 자극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 충동 회로는 마치 두꺼운 동아줄 같아 쉽게 끊어지지 않지만 억제 회로는 얇은 새끼줄 같아 반복적인 자극을 통해 단단하게 엮지 않으면 쉽게 끊어지는 것이 특징.
부모 친척 교사 동네 어른 등은 억제 회로를 구축하는 1등 공신들. 따라서 부모의 무관심 과잉보호 등은 억제 회로가 제대로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반면 폭력적인 게임 영화 게임 만화 등은 충동 회로를 강화시켜 공격적인 행동을 쉽게 유발시킨다.
▽대화 놀이시간 많이 가져야〓아이는 사랑이란 밥과 관심이란 반찬을 먹고 자란다. 폭력 욕설 고함 등 육체적 정신적 학대는 아이에게 독을 먹이는 것. 학대받은 아이의 뇌 신경은 겉으론 안 나타나지만 엉망으로 망가진다. 평상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도 특정 상황이 일어나면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어릴 때 부모를 잃는 것도 아이의 뇌신경을 크게 손상시키지만 학대보다는 덜 하다. 특히 뇌의 신경 손상을 회복할 여유 없이 하루에 한두번이나 일주일에 서너차례씩 계속 학대를 받으면 ‘공격적인 반사회행동장애’ 아이가 되기 쉽다.
억제 회로를 튼튼히 만들기 위해선 부모 스스로 모델이 돼야 한다. 불가피하게 부부싸움을 해도 폭언 폭력을 써선 안된다. 자녀와 대화 놀이시간을 많이 갖고 박물관 영화관 고궁 음악회 등에 함께 가 정서 발달을 자주 시키는 것이 좋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또 충동 회로를 강화시키는 폭력적인 게임 비디오 등에 처음부터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일부에선 설탕 화학조미료 방부제 등을 많이 섭취하면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주장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조수철교수, 성균관대의대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노경선교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성도교수)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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