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비중 늘어 세입자들 불안▼
우리나라의 전월세 세입자 가구는 전체 가구의 40% 내외이며 이 중 전세가는 약 65%이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차제도인 전세는 그동안 집값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집주인은 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입자는 목돈을 전세보증금으로 내는 대신 월세를 내지 않고 주거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
작년 말 수도권의 전월세 주택시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집주인이 전세기간이 끝나면 월세로 바꾸겠다는 비율은 24%였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로는 전세보증금 때문이라는 응답이 66%나 됐다. 이는 대부분의 집주인이 자금사정만 허락한다면 전세를 월세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집주인은 월세가 주택의 보유비용을 충당할 정도로 높고, 금융기관에서 보다 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다면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주택금융의 확대를 통해 단기간에 모든 전세금을 대체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1999년 말 당시 전세보증금 규모가 102조원으로 금융기관의 주택금융 규모인 58조원의 약 2배나 되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 전세시장은 상당기간 존속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고 하면 전세입자의 97%는 다른 전셋집을 구하겠다고 응답했다. 현재까지 전세의 월세 전환은 고액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로서 서울의 강남지역과 도심 역세권의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월세이율은 1년 전의 월평균 1.6%에서 현재는 1.4%(연17%)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금리(연 8∼9%)의 2배에 가깝다.
아무튼 집주인은 월세를, 세입자는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전세가격의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세보증금이 계속 오르면, 주택자금을 대출받아 주택을 사겠다는 응답이 23%이므로 이들에게는 주택공급을 통해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세입자는 주거수준을 낮추거나 주거비 부담을 높여야 한다. 전세의 월세전환과 전세보증금의 상승은 임대시장의 구조전환 현상으로 주택시장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주택임대사업의 계속성을 위해서도 전세가격의 상승은 필요할지 모른다. 다만 정부는 주택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장단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혹시 이 과정에서 집주인이 손실을 본다면 주택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으로 봐야할지도 모른다.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과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고 금리를 내리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영세민을 위한 저리대출을 늘리되 이들의 월세지불액에 대한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집주인의 과도한 월세 요구에 대해서는 기준을 설정해 초과분에 대한 소득세 중과를 추진하거나 ‘권장임대료’ 제도를 도입해 임대료분쟁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기적 국지적으로 전월세 수요를 늘리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시기를 분산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에 규정돼 있는 소액보증금의 변제 범위(3000만원 이하인 경우 1200만원까지 변제)도 상향조정돼야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중소형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소형 및 중형 임대주택의 공급확대가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민간부문의 중형 임대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서 임대용 택지를 더 많이, 그리고 보다 싸게 공급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소형 장기 임대주택의 공급은 공공 부문의 몫이다. 이는 단순한 주택공급 차원을 넘어 사회안정과 저소득층의 복지증진이라는 차원에서 더욱 그렇다.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일정 수준의 주거비를 보조해주는 대책이 검토돼야 한다. 임대주택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주택임대차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이정식(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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