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아시아의 4마리 호랑이들이 위험하다"…FT

  • 입력 2001년 3월 12일 11시 51분


"아시아의 4마리 호랑이들이 위험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시아 4마리 호랑이'로 불리던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미국 경기둔화로 어려움에 처했다고 12일자로 보도했다.

미국 경기둔화에 따라 아시아지역의 미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아시아 수출업자들에게 미국은 여전히 주요시장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4분기 미국이 정보기술(IT)과 컴퓨터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감소해 아시아 기업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몇몇 아시아 국가들은 15년만에 가장 큰 수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작년 중반에 20~30%의 수출증가량을 보였던 중국에서는 지난 1월에 단지 1%의 증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을 정도다.

골드만삭스의 김선배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수출의 감소는 미국 GDP 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며 "아시아 지역의 수출업자들이 미국 IT분야 투자에 대한 영향을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아 지역은 많은 미국의 IT회사들에 칩에서부터 컴퓨터 주변 장치까지 모든 것을 생산해내는 공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대만의 수출 중 1/3을 차지하는 것이 전자부품들이다.

99년과 작년 초반 미국의 하드웨어 수요의 급증으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수출은 20~30%나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 전자부품 주문의 감소로 이들 국가들은 즉시 수출이 급감했고 지난 해 4분기 수출은 전년도 동기에 비해 12%나 감소했다.

수출 감소는 비단 전자제품 부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비전자분야의 수출은 이제 전자제품의 수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ING베어링의 이코노미스트인 팀 콘돈은 대만으로부터의 비전자제품 수출이 12월에 전달에 비해 6% 증가했다가 1월에는 19% 떨어졌다고 밝혔다.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한 의류회사 대표는 "12월 이후로 미국 소비자들은 주문을 취소할 뿐 아니라 생산정보를 제공하는 일까지 미루고 있어 우리가 주문생산을 시작하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수출감소와 함께 아시아 기업들은 취약한 금융 시스템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은행들이 부실채권으로 기업대출을 꺼리면서 국내수요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의 절반가량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정책가들이 경제개혁을 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기업들이 여전히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점점 국채투자를 선호하고 있고 많은 국가들의 신용도가 낮아질 위기에 처했다.

김선배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아시아 기업들이 낮은 금리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신용도 상승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아시아의 4마리 호랑이들은 미국의 IT 투자가 다시 회복을 보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IT 투자 회복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시아의 경기회복 전망은 매우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이 신문은 강조했다.

정유미<동아닷컴 기자>heav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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