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세계증시 블랙먼데이 오나…나스닥 2000붕괴우려

  • 입력 2001년 3월 12일 15시 58분


"12일 뉴욕증시의 블랙먼데이로 세계증시는 요단강을 건널까"

세계증시가 숨을 죽인 채 미국증시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주말 주가하락으로 나스닥지수가 2052.78로 밀림에 따라 지수 2000 붕괴가 현실로 닥쳐왔기 때문이다.

지수 2000의 붕괴는 곧 세계증시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블랙먼데이를 의미한다.

이에따라 "이번주가 세계증시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에서 잇따르고 있다.

세계증시 전문가들은 "지수 2000선이 깨질 경우 세계증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동반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마땅한 지지선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는 비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코멘트대로 현재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이번 주의 첫 장을 시작한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급락하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준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3.66% 급락한 것을 비롯 일본의 닛케이225평균주가는 이날 2.99%나 하락하며 1만2250대로 밀려났으며, 홍콩의 항셍지수 역시 3.22%나 추락하고 있다.

대만의 가권지수도 1.72%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으며,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 타임스지수도 2.31% 하락한 채 움직이고 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호주 등지의 지수도 큰 폭으로 추락했거나 급락한 상태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증시에서 주가지수가 오른 곳은 뉴질랜드의 NZ40 지수 뿐이다.

미국의 나스닥선물지수가 비교적 큰 폭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는 것도 나스닥지수가 이번주 중 2000선 밑으로 내려갈 것임을 강력 암시하고 있다.

나스닥선물지수는 오후 3시15분(한국시각) 현재 26.50포인트 하락한 1811.00을 기록 중이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주초인 12일 나스닥지수가 2000선 밑으로 급락하고 다른 나라의 주가도 동반추락하는 블랙먼데이가 일어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나스닥지수 2000 붕괴 가능성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체로 비관론 시각이 우세하다.

프랭클린 뮤추얼펀드에서 22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로버트 프리드먼 매니저는 최근 AP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증시에서 낙관론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하반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1분기에는 주가(나스닥)가 급락하고 2분기에는 약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쿠더21센츄리그로쓰펀드의 피터 친 운용자도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FRB가 금리를 인하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계속해서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오는 20일 금리를 내려도 대세가 돼있는 비관론을 낙관론 또는 긍정론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우울해했다.

증시에 정통한 예일대학의 로버트 실러 교수(경제학)도 전주말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주가의 하락행진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말해 주가하락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블루버그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경기상황이 대단히 어둡고 기업실적은 악화되고 있다"고 말해 지수 2000의 붕괴를 당연시했다.

물론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텔 네트웍스를 포함한 720억 달러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롬바드 오디에 대표 진 켈러는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면서 "지금이 기술주 투자의 적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같은 주장의 배경으로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지난주를 고비로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는 "증시의 악재들이 노출될 만큼 노출됐기 때문에 2000선이 마지노선으로 지지선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닥지수 2000 붕괴의 영향

세계증시에서 기술주들의 나스닥시장 연동현상을 감안하면 나스닥지수의 2000 붕괴는 곧 전세계 기술주의 동반폭락을 의미한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 등 세계경제의 침체가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세계증시의 추락은 기업들의 재고물량 증가는 물론 투자 및 소비심리를 냉각시켜 최근 일고 있는 'V자형 회복 또는 U자형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무산시키게 된다. 이와 더불어 '하반기 경기회복론'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통신과 컴퓨터 장비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켰던 닷컴열풍이 가라앉으면서 투자자들은 기술주 투자의 매력을 이전처럼 강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동안 시장의 호황을 주도했던 몇몇 기술 회사들은 이제 재고량에서 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장비 메이커인 시스코 시스템스는 99년 7월부터 1년 동안 재고량이 87%,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은 99년 12월부터 1년 동안 재고량이 5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동전화 회사인 모토로라는 같은 기간 15%의 재고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일본경제가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경제의 하반기 회복이 물건너갈 경우 세계경제의 불황은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스닥 2000의 붕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PNC어드바이저의 투자전략가인 도날드 버딘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나스닥이 다시 큰 반등을 보일 것 같지 않다"며 "앞으로 몇 해 동안은 3500선을 바라보기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연준리(FRB)가 1월에 두 번이나 금리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지상태에 빠졌다"면서 "미국 정부가 지난 4분기 경제성장을 1.1%로 수정한 것은 경제상황이 5년 만에 가장 취약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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