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사피나(36). “음반에 이탈리아의 혼을 담았다”고 강조하는 이탈리아 칸초네 가수인 그의 앨범이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삶에의 갈망’(La Sete di Vivere)을 타이틀곡으로 올린 그의 음반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에서 2위 ‘비틀즈 컴파일레이션’을 4:3의 여유있는 판매비율로 따돌리며 인기곡 차트 1위에 등극한 뒤 프랑스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 앨범으로 떠올랐다. 최근 이 앨범은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화제곡 ‘삶에의 갈망’에서 나타나는 그의 매력은 바람같이 빠른 템포와 함께 오페라 극장의 지붕을 울리는 듯 호쾌한 벨칸토 창법 특유의 발성. 그의 목소리는 중간 음높이에서 플라시도 도밍고처럼 짙고 탄탄하며, 높은 소리에서는 쥐어짜는듯한 호세 카레라스의 호소력을 연상케 한다.
사피나는 음반 프로모터들이 이탈리아 전국의 크고 작은 오페라극장을 찾아 헤맨 끝에 스타성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발탁한 ‘흙속의 진주’다.
그는 베르디와 푸치니의 오페라 아리아를 듣고 부르면서 자란 성악도 출신. 그러나 음대를 졸업하고 푸치니의 ‘라보엠’ 등 오페라에 출연했다지만 상세한 이력을 찾기 힘들다. 이는 음반을 내기 이전까지 별다른 각광을 받지 못했음을 말해 준다.
음반의 총 기획은 산레모 가요제 스타 출신인 작곡가 로마노 무수마라가 맡았다.
음반 전문가들은 사피나의 앨범 판매전략이 ‘시각장애인 가수’로 인기를 모은 안드레아 보첼리의 데뷔시절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오직 당신과 함께 하고픈 갈증은/여전히 꿈일 뿐입니다/구름 저편의 다른 삶에는/무엇이 존재할까요….’ 방랑과 떠남을 암시하는 노래 가사도 ‘그대와 함께 떠나리’를 외친 보첼리의 히트곡과 어딘가 닮아있다. 안주와 정체된 삶 속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유럽 젊은이들의 갈망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그의 앨범 제목은 ‘삶에의 갈망’ 대신, 그의 이름 그대로 ‘알레산드로 사피나’로 정해졌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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