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기술주 참담한 추락

  • 입력 2001년 3월 12일 18시 56분


실적악화와 함께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기술주에 거품론까지 가세하면서 추가하락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기술주란 인터넷과 통신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 관련주와 반도체 장비 관련주를 통칭해 일컫는 말.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신경제를 견인할 대안으로 급부상하면서 높은 주가대를 유지해 왔지만 기술주에서 ‘성장 가능성’이라는 변수를 냉정하게 계량화하자는 분위기에 밀려 하락세를 지속, 고점대비 90%나 폭락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아직도 거품이 많다’는 월가 전문가들의 주장은 분위기를 더욱 싸늘하게 만든다. 다만 단기 낙폭이 너무 커 기술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주장은 희망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기술주 주가의 움직임이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기 때문에 실적발표나 주가동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기술주 당분간 고전 예상〓나스닥의 핵심멤버인 기술주의 추락은 참담한 수준이다. 세계 최대 포탈사이트인 야후의 시가총액은 1년전 937억 달러에서 97억달러로 줄었고 아마존은 228억 달러에서 42억 달러로,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인 시스코는 4665억 달러에서 1642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당분간은 실적호전이라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주가가 폭락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지면서 ‘바닥’이라는 인식이 생기지만 나스닥 기술주는 실적악화까지 겹치면서 아직 ‘고평가’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이 호전되기 전까지는 대세반전의 가능성이 낮고 설사 오름세로 돌어서더라도 기술적 반등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것. 특히 반도체나 통신 업종은 경기회복 여부에 따라 실적이 호전될 수 있지만 닷컴주의 경우에는 수익모델을 찾는 작업이 아직도 미궁을 헤메고 있다.

▽기술주 주가는 국내 증시 최대 변수〓국내 증시가 이머징마켓 중에서 나스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거래소 시장은 시가총액 1∼3위인 삼성전자 한국통신 SKT가 기술주로 분류되고 있고 코스닥 시장도 성장 기술주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나스닥 기술주 주가는 외국인의 투자심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실제로 외국인투자자들은 최근 기술주에 대한 매도 규모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반도체와 통신 업종 등 기술주를 외면하고 있는 분위기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기술주 외면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술주는 미국 경기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16일 새벽 (현지시간) 발표되는 2월 산업생산지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낙폭 기울기가 추세선을 이탈했다는 점을 단기투자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과장은 “기술주의 대세하락에도 불구하고 낙폭이 과다한 종목은 단기적으로는 강하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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