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자치단체들이 기념관 등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단체장의 치적쌓기용로 임기 안에 건물이라도 짓고 보자는 분위기가 상당히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군산시가 성산면 내흥동 금강변에 98년부터 16억원을 들여 건립한 소설가 채만식(蔡萬植·1902∼1950)선생의 문학관은 지난해 말 완공됐으나 변변한 전시물이 없어 지금까지 개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군산시는 현재까지 당시 신문스크랩이나 책, 사진 등을 일부 확보했으나 선생의 채취가 담긴 유품이나 자료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익산시가 행정력을 집중해 추진 중인 보석박물관도 ‘건물만 번드르르 한’ 대표적인 케이스.
익산시는 95년 한 보석수집가의 ‘1000억원대 보석 기증’ 약속만을 믿고 지금까지 200억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해 다음달 중 보석박물관을 완공할 예정이지만 전시할 보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익산시는 이 수집가가 실제로 기증한 보석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당초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자 뒤늦게 지난해부터 25억의 예산을 책정해 해외로 보석을 구입하러 다니고 있다.
또 고창군이 지역 출신으로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申在孝·1812∼1884)선생을 기리기 위해 35억원을 들여 다음달 중 완공할 예정인 ‘판소리박물관’도 전시물 수집 예산이 2000만원에 불과하고 전주시의 ‘향토사박물관’도 대부분 전시물을 시민 기증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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