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외국인들이 우량금융주를 매도하는 이유

  • 입력 2001년 3월 13일 15시 42분


외국인들이 기술주보다 우량 금융주를 매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불과 삼일만에 외국인들은 국민은행(300만주) 주택은행(110 만주) 삼성증권( 40만주)을 대규모로 매도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선별적으로 매수하는 등 금융주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나스닥시장의 하락으로 금융주 매도를 설명하기에 미흡한 점이다.

시장전문가들은 현대계열사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도 대규모 매도를 설명하는데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말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현대전자와 현대건설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을 외국인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 현대계열사의 자금난은 외국인들도 숙지하고 있는 악재라는 얘기다.

이승주 대우증권 금융팀장은 "현대전자 등 3개사에 대한 추가자금지원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한계기업들이 외국인들의 관심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현대전자 등에 신규자금을 지원할 경우 금융기관이 재차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의 부채는 13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회사채와 은행차입금은 대략 85조원대. 현대전자의 경우처럼 영업환경이 악화되면 이들 한계기업들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외국인들 금융주를 매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동석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 상반기 1%, 하반기 4%의 성장률을 예상한다"며 "경기회복속도의 부진은 한계기업의 생존과 금융기관의 추가 부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그동안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잠복했던 한계기업 처리가 재차 시장의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금융주들의 상승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고려산업개발의 부도에서 확인됐듯이 정부가 회사채를 인수해줘도 영업활동이 부진하면 결국 파산할 한계기업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실업자 등 정치적 이해관계로 신규로 자금을 지원할 경우 그 부담을 고스란히 금융기관에 전가된다게 신동석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3월 위기설'이 나도는 일본경제도 한계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일본금융이 국내금융기관에 제공한 여신을 조기에 회수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지난해말 현재 일본금융기관의 여신규모는 40억달러. 329억달러의 해외 차입금중 12.1%에 달한다. 일본엔화의 약세는 또한 국내한계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떨어트려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한다는 우려감으로 외국인들이 매도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예상보다 길어지는 국내외 경기침체가 한계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감으로 외국인들이 금융주를 매도하고 있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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