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열리는 덕수궁 가족음악축제는 서울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長壽) 야외공연 중 하나다. 이 축제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17일 오후 3시 덕수궁분수대 앞에서 기념공연을 갖는다고 한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주도로 91년 시작된 이 축제는 덕수궁에 입장한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모두 40만명이 참여했다. 척박한 우리 문화현실 속에서 한가지 일을 10년 동안 한번도 빠뜨리지 않고 계속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야외음악회가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클래식 가요 팝송 영화음악 국악 등 여러 종류의 음악이 자유롭게 등장한다. 이를 함께 섞은 크로스오버 음악이 듣기 편하다. 중간 중간 나오는 지휘자의 설명은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준다. 넥타이 매고 옥내공연장에서 어려운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하는 경우와는 딴판이다. 특히 공연 후 휴지 한 장 보이지 않는 등 선진 시민정신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환경음악회’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축제의 지휘자는 하성호(河成灝)씨. 순수음악인들로부터 종종 ‘딴따라’로 취급받기까지 하는 그는 문화논리가 아닌 시장원리로 서울팝스오케스트라와 덕수궁 음악축제를 이만큼 키워 냈다. 관객이 없는 음악은 어떤 것도 의미가 없는 만큼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음악철학이다. 이른바 ‘건전한 딴따라’론이다. 순수음악을 고집하든, 아니면 ‘반역’하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접어든 길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덤벼드느냐이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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