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7개 학술지에 무려 8편의 논문이 실리게 된 서울대의대 약리학과 서유헌(徐維憲·53)교수에 대한 학계의 평가다.
서교수는 최근 한국 의학자로선 전무한 개가를 올렸다. 미국 과학정보연구소가 권위를 인정한 ‘SCI 학술지’가 치매에 관한 기존 학설을 뒤집는 서교수의 논문 8편을 거의 동시에 게재한다고 승인한 것. 이들 가운데는 실험생물 분야 ‘파세브’(FASEB)지와 신경과학 분야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 등 논문이 단 한번이라도 실리는 것 자체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는 세계적 권위지들도 있다.
이로써 서교수는 논문의 영향력 지수(IF)는 올해에만 벌써 60점에 이르게 됐다. IF란 학자들이 해당 학술지를 얼마나 인용하느냐에 따라 매기는 점수로 같은 SCI 학술지라도 각각 다르다. 지난해 서울대 의대 약대 치대를 통틀어 20점을 넘긴 의학자가 5명에 불과했다.
서울대의대 암연구소 방영주(方英柱)소장은 “서교수가 8편의 논문을 ‘제출’했다고 잘못 듣고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달포 동안 8편이 ‘채택’됐다니 놀라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선 이 성과가 국내 첫 노벨의학상 수상에 한발짝 다가서는 신호라고 여길 정도로 논문 내용도 금싸라기. 서교수는 ‘C단 단백질’이란 독성 단백질이 치매의 주범이라는 것을 입증, 치매 이론의 새 지평을 열었다. 기존 이론은 ‘C단 단백질’보다 독성이 수백 배나 약한 베타 아밀로이드가 치매의 주범이라는 것. 물론 각각의 논문은 C단 단백질에 관한 각기 다른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서교수는 아세틸콜린이 듬뿍 든 달걀 해산물 등을 먹으면 치매 예방에 좋고 소염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니코틴 등이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해 앞으로 치매치료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잠을 줄여가며 뇌만 생각하고 지낸 결과다. 그는 “하루 4시간만 자고 깨어 있는 시간의 80% 정도는 ‘뇌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를 하면서도 매년 뇌와 관련한 베스트셀러 1, 2권씩을 쓴다. 또 과학기술부 치매정복 창의 연구단장, 한국뇌신경 과학회 이사장, 서울대 신경과학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서교수는 “책 원고는 외국 학회 출장 때 쓰며 뇌와 상관없는 일은 맡지 않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