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500~550P 대로 한단계 내려간 증시"

  • 입력 2001년 3월 14일 15시 46분


국내증시가 기술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의외로 시장전문가들은 표정은 어둡다.

14일의 주가 상승을 '미국 증시상승과 단기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평가절하한다.

오히려 상승보다는 추가하락의 가능성에 더욱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2월까지만 해도 연말까지 종합주가지수가 800포인트(삼성증권) 이상 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과 대조적이다. 550포인트가 지지선으로 작용하면서 550∼700포인트의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란 주장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당분간 '500∼550포인트'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한마디로 지난해말 수준으로 국내증시가 되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인수로 비록 일시적이지만 기업부도위험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고려산업개발.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기업이었지만 채권단의 추가자금 지원 중단으로 부도가 났다. 정부의 인위적인 보호막에도 영업실적이 워낙 부진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미국경제가 급격히 회복하기 어렵다고 볼 때 현대전자와 현대건설 등 나머지 한계기업들도 결코 '부도'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우려감이 증폭된다. 바로 이점이 연초와 달리 국내증시를 한단계 하향조정(Level down)시키는 주원인이라고 오성식 리젠트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설명한다. 주식시장이 재차 기업부도 위험에 노출됐다는 얘기다.

미국과 일본증시가 연초보다 하락한 것도 국내증시의 추가조정을 불가피하게 한다.

1월초 전격적인 50bp 금리인하로 상승했던 나스닥지수가 2000포인트 유지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6년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FRB의 금리인하 효과로 미국경제가 하반기 'V'자형의 회복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던 연초와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일 발표된 미국의 '2월 소매판매'가 0.2%감소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소비가 급격히 둔화되는 것도 악재로 작용한다. 고용불안 주가하락 등으로 가계의 소비지출이 줄어든 것이다. IT기업의 설비투자 위축과 함께 미국경제의 조기회복을 어렵게 한다.

실제로 메릴린치증권이 전세계 22개 기관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올해 미국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나타났다. 즉 'U자나 'L'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란 얘기다.

여기다 일본경제가 '3월위기설'에 시달리는 것도 국내증시를 한단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일본금융기관이 한국 등 동남아 각국에 제공한 여신을 급속히 축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지난해말 현재 일본금융기관이 국내에 제공한 여신규모는 40억달러. 국내금융기관의 329억달러의 해외 차입금중 12.1%에 달한다.

또한 120엔를 위협하는 엔/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 원화는 물론 동남아 각국의 통화약세를 야기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 전체가 통화불안에 휩싸일 경우 외국인들의 투자비중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은 무엇보다 환차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해외변수가 이처럼 악화되면서 연초와 달리 국내증시가 한단계 내려올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500선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추가하락을 막아줄 것이란 지적이다.

한종석 굿모닝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오는 20일 FRB의 추가금리인하와 이에 따른 4월초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기대감이 500선을 유지시켜 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어도 4월초까지 급격한 하락을 막아줄 것이란 설명이다. 개인(201억원)과 외국인(601억원)의 순매수로 종합주가지수가 15.31포인트(+2.90%) 상승한 것도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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