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현대 고별무대 고개숙인 이상민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36분


이상민
쓸쓸한 퇴장이었다. 구단 매각에 이은 플레이오프 1회전 탈락.

현대 걸리버스 ‘컴퓨터 가드’ 이상민(29)은 14일 새벽까지 팀 동료들과 통음했다. 전날 밤 SK와의 대전 경기에서 패해 2연패로 올 시즌을 마감한 뒤 한스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고참 몇몇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였지만 답답한 마음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이날 2차전에서 이상민은 온몸을 던졌다. 11일 1차전에서 5반칙 퇴장을 당해 제몫을 못한데다 팀이 벼랑끝으로 몰렸기 때문.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 요청도 집중력을 해칠까봐 정중히 거절한 그였다.

40분을 풀로 뛴 이상민은 팀내 최다인 24점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렸다. SK 재키 존스에게 발로 차여 쓰러지고 또 다른 수비수에게 얻어맞으면서도 줄기차게 코트를 누볐다. 3쿼터까지 현대가 줄곧 앞서면서 이상민의 고군분투는 빛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4쿼터, 높이를 앞세운 SK에 추격을 허용했고 끝내 역전패해 땅을 쳤다.

97∼98시즌 프로에 뛰어든 이상민은 지난 시즌까지 3연속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이끌어 우승 2회, 준우승 1회의 성적을 일궈냈다. 6강에서 중도 하차한 것은 이번이 처음. 특히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이 금강고려화학으로 넘어가게 돼 현대 유니폼을 입은 고별 무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애를 썼지만 모든 게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정규리그에서 손목과 허리 부상으로 8게임을 쉰 탓에 포스트시즌 명예회복을 별렀는데 그 꿈도 산산이 부서진 것.

처음으로 정통 센터 없이 농구를 하다 보니 어려운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상민의 얘기. 프로에 들어와 처음으로 다른 팀이 경기를 하는 동안 휴가를 얻어 7일을 쉬게 된 그는 당분간 다친 부위의 치료에만 신경쓰며 심신을 달랠 생각.

이상민은 “허무하게 시즌이 끝나 무척 아쉽고 섭섭하다”며 “팀이 바뀌더라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