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예금 해약말고 경매 올리세요"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37분


주부 A씨는 최근 2년짜리 정기예금을 만기를 1년3개월 가량 앞두고 해약하기 위해 B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2000만원을 연 9.0%%에 맡겼으니 8개월분 이자로 1년치 예상 이자인 180만원의 3분의 2인 120만원 가량은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손에 든 이자는 고작 64만원 뿐이었다. 중도해지 수수료가 ‘반쪽 이자’의 이유였다.

연 6∼7%대,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연 1∼2%대에 머무는 저금리 시대. 그나마 받아쥐는 ‘쥐꼬리 이자’의 절반 가량을 떼어가는 중도해지 수수료를 피해가는 방법들이 제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1년간 중도해지 되는 예금 적금은 약 80만건에 금액만 8조원대. 중도해지 수수료가 1000억원대에 이른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예금―적금을 깬다면 얼마나 받을까?〓국민은행은 14일 “4월말부터 인터넷 온국민(www.on kookmin.net) 사이트에서 예금, 적금을 만기 전에 찾을 때 고객의 부담을 없애기 위해 ‘제3자에게 예금을 팔아서 연결시키는’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온국민사이트에 접속한 고객은 정기예금 금액, 만기, 이자율 등을 입력하면 가입 당시 및 현재 금리, 중도해지 수수료 등을 컴퓨터가 계산한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금리가 오르거나, 내렸을 때 예금의 ‘현재 가치’를 계산해 준다는 점. 주부 A씨의 경우 국민은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64만원이 아닌 85만원을 이자로 받아 21만원 어치의 이익이 남는다. 이때 A씨의 예금을 산 제3자는 현재 금리보다 1% 포인트가 높은 10%대 금리가 적용된다. 그러나 금리가 크게 올랐다면 예전의 낮은 금리로 계약된 예금을 살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냥 깨는 수 밖에 없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사내벤처 1호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국민은행의 박천수(朴天洙)심사역은 “은행에선 중도해지 수수료를 포기해야 하지만 새로운 예금고객이 나타나고, 고객의 이익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엔머니뱅크는 중도해지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정기예금을 경매에 부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고객이 홈페이지(www.nmoney.co.kr)의 은행상품 코너에 들어간 뒤 예금의 이자율, 만기 등 조건을 입력하면 된다. 이때 몇월 몇일까지 신청해야 한다는 경매종결 시점을 남겨야 한다.

▽중도해지 예금을 사려면〓인터넷 사용자는 온국민 사이트에 접속해 예금의 3자 매각을 희망하는 고객 명단을 볼 수 있다. 이때 나와있는 물건을 선착순으로 선택하면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다. 국민은행 창구에서 문의해도 좋다.

엔머니뱅크의 경매방식의 경우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경매물건으로 오른 상품을 살핀 뒤 구입가격을 직접 적어넣으면 최고가격 입력자가 선정된다.

두 방식은 그러나 100% 온라인에서 이뤄지지는 않는다.

주부 A씨나 예금을 사려는 사람은 반드시 해당 지점에서 만나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국민은행은 중도해지자와 제3자를 직접 연결해 주며, 엔머니뱅크는 당사자끼리 직접 전화연락 등을 통해 계좌를 개설한 지점에서 만날 약속을 하면 된다.

어느 경우나 은행규정에 따라 “예금을 중도해지하지만 아무개에게 채권을 넘긴다”는 예금주 요구에 은행이 예금주인을 바꿔줘야 하는 만큼 ‘사고 가능성’은 없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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