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SES’가 이달초 SBS 가요 순위 프로 <생방송 인기가요>의 1위 다툼에서 ‘포지션’에게 밀린데서 시작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순위 선정 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뒤 소속 가수들의 출연을 거부했다.
SBS측은 “순위는 사전 조사와 음반 판매량, 자동응답전화(ARS) 등 각종 데이터를 종합해 정하는데 SM엔터테인먼트가 오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KBS2 <뮤직뱅크> MBC <음악캠프> 등 다른 가요 순위 프로도 이같은 잡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방송사들이 자사에 대한 기여도를 가요 순위 선정에 반영하는 것도 이렇게 된 요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가수 이소라는 한때 주간 음반 판매에서 톱10 안에 들었지만 TV 가요 순위 프로의 인기 순위는 터무니없이 낮았다. 이소라가 이들 프로에 출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BS와 MBC가 반영하는 ARS나 인터넷 집계도 특정 팬들의 ‘몰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소라 등 라이브형 가수들은 “노래할만한 무대가 아니다”며 순위 프로에 출연하지 않는다.
30대 가수 중 많은 이들은 “그 곳은 어린 가수들이 춤추는 곳”이라고 비아냥댄다. 그러다 보니 순위 프로는 10대 댄스 가수의 경연장에 그칠 뿐 국내 가요의 인기나 변화 추이를 담아내지 못한다.
최근 순위 프로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문화개혁 시민연대는 12일부터 순위 프로그램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가 이틀만에 2000여명의 호응을 얻었다.
문화개혁 시민연대의 이동연 사무차장은 “순위보다 가요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프로로 바뀌어야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가요 매니저들도 “무조건 폐지는 반대한다”면서도 “순위 선정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그램의 존폐는 방송사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시청자나 매니저, 가수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지금과 같은 가요 순위 프로가 그대로 존속되어서는 곤란하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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