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규섭의원 사건’ 재수사 하라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49분


결론부터 말해 검찰은 당장 민주당 심규섭(沈奎燮) 의원의 여러 가지 비리의혹에 대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 검찰이 심 의원의 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를 포착,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고도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여당 의원 봐주기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검찰의 내사가 지난해 4·13 총선을 4개월 남짓 앞두고 이루어졌고 심 의원 당선과 함께 사건이 흐지부지됐다는 점에서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내사 과정에서 드러난 심 의원의 혐의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98년 당시 평택공과대학(현 경문대학)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수십억원의 등록금을 횡령하고 교육부 간부에게 1000만원의 뇌물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혐의사실은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심 의원은 당시 등록금 가운데 12억원을 개인 빚을 갚는 데 사용했고 자신의 부친을 통해 뇌물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검찰은 이 학교의 재단비리와 관련해 99년 당시 이사장이던 전재욱씨만 불구속기소하고 심 의원에 대해선 모르는 체하고 지나갔다.

이를 두고 최근 여당의원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은 그게 아니라며 나름대로 입장을 설명했으나 모두 설득력이 없는 얘기다.

검찰은 심 의원이 나중에 진술조서의 내용을 번복했고 그의 해명이 객관적 정황과 맞아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이는 스스로 직무를 포기했다는 말과 다름없다. 피의자가 말을 바꿨다면 더욱 의심을 갖고 계좌추적 등 보강수사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심 의원을 입건도 하지 않았다.

담당검사의 전출 과정에서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심 의원 수사가 묻혀버렸다는 해명도 군색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사건처리 과정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켰다.

검찰과 심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심 의원은 소유권도 없으면서 99년 말 김모씨에게 평택공과대학을 넘기기로 하고 22억원을 받았으며 이 돈의 일부는 선거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주한 미군의 군무원으로 근무하며 미군 예산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김씨는 뒤늦게 심의원을 사기혐의로 고소했으나 이 역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여당 의원 봐주기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도 심 의원 사건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거듭 검찰 수뇌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