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광고 배경음악속엔 심리학이 흐른다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49분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소비에만 전념하도록 밖이 내다보이는 창문을 없애고 실내를 낮처럼 환하게 밝혀놓은 것이다. 요즘은 이렇듯 건물을 하나 지을 때에도 이용자의 심리를 꿰뚫어 디자인하는 ’산업 심리학’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산업 심리학자들은 작업 능률을 올리거나 소비를 유도하는 촉매제로 음악을 자주 이용한다. 음악이 인간의 정서 상태를 바꿔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빠른 음악을 틀어주면 공장에서 일하는 단순직 노무자들의 작업 효율이 올라간다거나, 식당에서 사람들이 식사를 빨리 하게 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에서도 음악은 빠질 수 없다. 가전제품이나 커피 광고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가정을 연상시키는 음악으로 물건을 사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고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입시킨다. 타이어를 바꾸라는 광고나 생명 보험에 가입하라는 광고는 시청자들이 잠시나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미국 캔사스 대학의 심리학자 이글 박사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음악이 일시적으로나마 사람들의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음악은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을 슬프게 만들기도 하고, 즐겁거나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며, 우울하거나 비관적인 기분이 들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광고 속 배경음악은 그 광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네브라스카 대학 윈틀 박사는 TV 광고에 대한 반응 연구에서, 배경음악이 광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이 있는 광고와 없는 광고를 차례로 보여주면서 광고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결과, 음악이 있는 광고가 제품의 품질과 상관없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발했다고 한다.

실제로 백화점이나 음식점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물건이 얼마나 있었는가 혹은 음식 맛이 어땠는가 하는 세세한 기억보다는 ‘전체적인 이미지’가 그곳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하는 광고나 그 배경 음악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우리는 매일같이 소비를 부추기고 물질적인 풍요를 행복이라 믿게 만드는 ‘광고 음악’의 세례 속에 살고 있다. 가장 인간적인 문화예술인 음악이 어느새 현대 사회에서 ‘생산 능률과 소비’라는 자본주의의 미덕에 봉사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고려대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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