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바탕에 하얀 페인트로 뭔가 쓰여진 ‘강렬한’ 인상의 피켓을 본 순간. ‘재개발 때 인근 주민과 마찰이 잦았다더니 아침부터 기습시위를 하러 온 건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도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침마다 단지로 몰려오면 어떡하지?’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조용히 살고 싶은 난 어떡하고. 복잡한 일이 하나둘이 아닌데, 아이고 골치야. 아파트 현관문을 나와 ‘시위대’와 가까워질수록 김씨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이들이 외치는 뜻밖의 ‘구호’에 김씨는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자, 이제부터 고객님들의 아파트 단지를 깨끗이 청소하는 겁니다!”
막대기는 각양각색의 빗자루였고 피켓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친절한 ○○○백화점이 되겠습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