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내리면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오르게 되고 결국 국내 증시로 들어온 외국인들이 환차손 부담으로 대규모 신규매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국내기업들이 실적마저 악화된다면 신규매수는 고사하고 ‘셀 코리아’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특히 환율상승은 물가인상을 몰고 오기 때문에 금리인하 등 통화팽창을 통한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를 뒤흔들 수도 있어 증시의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엔화 떨어지면 원화도 떨어진다〓현재 일본은 위기로 볼 수 있을만큼 금융권을 비롯한 경제 전반이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져있는 상태. 14일에는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일본 19개 은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리면서 엔달러 환율이 121엔까지 급등했다.
외환은행 이정태 외환딜러는 “일본 해외법인들이 3월말 결산을 앞두고 본국으로 돈을 보내려는 역송금 수요와 미국 경기둔화가 엔화 급락을 막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125엔 정도에서 달러엔 환율이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 정부가 제로금리 정책을 쓰더라도 당분간은 경제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140∼150엔대까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원화는 엔화에 철저하게 연동해 움직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원화도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엔화 대비 원화가치가 오를 경우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현재 10대 1의 비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달러당 1300원대를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국내 증시 수급구조 악화 우려〓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시장에 들여온 외국인들은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입게 된다. 현재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는 외국인들이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 달러 선물을 매도해 헤지를 하면서 국내 증시로 돈을 들고 오는 경우다. 하지만 현대문제 등으로 디폴트 리스크가 있는 국내 시장에 환리스크까지 지고 들어오기는 어렵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환리스크가 확대된 3월 이후에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순매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한 증권사 스트래티지스트는 “연초부터 3조원을 순매수한 외국인들이 주가 하락으로 이미 큰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환율이 조금 오른다고 해서 보유 주식을 대거 매도할 확률은 낮다”며 “하지만 환율상승이 대세로 받아들여진다면 달러선물을 추가매도 하거나 주식을 분할 매도해 나갈 가능성은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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