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대외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우리나라로선 외자진출을 차단한다는 것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대안이다. 그러나, 은행업에 대한 외자의 과도한 진출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한다. 일반 기업과 달리 은행업에는 공익적 사명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얻기 위해 진출한 외자에게 국익적 고민을 함께 하자고 요구할 수는 없다.
경제는 항상 잘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불경기가 오게 마련이고, 그럴때면 자본시장에서는 예외없이 유동성 중개기능이 마비되곤 한다. 그 결과는 심각하다. 부실기업이 터져 나온다. 제2의 대우사태, 제2의 현대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걸려 있는 기업체를 단칼로 처치할 수 있는 정권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결국 대안은 정부가 재정을 염출해서 공적자금을 투입하거나, 은행을 통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없다. 바로 이 때문에 많은 나라들은 대형 은행의 국적을 중시한다.
일례로 싱가포르는 극히 최근인 99년 5월까지 외국인의 은행지분 소유상한을 40%로 묶어 두었다. 60년대 말부터 아시아의 대표적인 개방경제를 표방해온 이 나라로선 극히 모순적인 정책이었지만, 그 덕분에 싱가포르는 4대 은행의 국적을 지켰고, 경제안정도 가능했다.
정부는 명확한 좌표없이 은행 짝짓기를 서두르기 말고, 은행업에 있어 외국자본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과 한계를 먼저 설정해야 할 것이다.
(시립인천대 무역학과 이찬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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