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몇 점짜리 투자가일까. 펀더멘털 분석, 전문가 의견 종합, 기술적 분석 등을 차분히 다 했으니 보기 드문 ‘정석 투자가’가 아닐까.
하지만 동양증권 수석스트래티지스트 알프레드박씨는 50점밖에 주질 않는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기업분석과 정보수집도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씨는 “개인투자자들은 매매를 하기에 앞서 자신의 성격과 재산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에 근거해 투자목표와 투자스타일을 먼저 명확히 정해야만 증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A씨의 투자결정은 이 점에서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다.
박씨의 진단은 이렇다.
A씨가 장기투자를 결심했다면 ③과 ④는 불필요하며 ①은 목숨걸고 해야 한다. 펀더멘털 분석(①)도 과거 실적을 확인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대차대조표와 회사 경영진에 대한 분석을 통해 Z사가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내고 그것에 바탕해 향후 이익을 전망해봐야 한다. 한 마디로 장기투자를 하려면 투자대상종목(투자규모가 1000만∼2000만원이라면 한두종목)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반면 A씨가 중단기트레이더라면 ①을 무시하고 경기, 유동성, 테마 등 주식시장의 제반여건에 대해 두루두루 꿰뚫는 준(準)프로가 돼야 한다. 해당종목을 잘 모르는 이상 추격매수(④)는 절대 자제해야 한다. 차트분석(③)도 아프리카의 후진국 증시에서만 통하지 우리 증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 증시에서는 장기투자와 중단기트레이딩중 어느 쪽이 더 잘 통할까.
박씨는 “주가가 불규칙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국내증시에서는 장기투자보다는 철저한 펀더멘털 분석에 입각한 중단기트레이딩이 잘 먹힌다”고 말한다.
그런데 주식투자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본 투자자들을 많이 상대해본 전문가들의 시각은 이보다 더 극단적이다.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김지민원장은 “투자를 하기 전에 미리 투자시야를 장기와 단기로 나누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주가가 미리 마음속으로 정한 수준이상으로 떨어지면 파는 게 당연하고 계속 오른다면 그냥 계속 가져가면 그만이라는 것. 삼성전자나 SK텔레콤같은 우량주도 여차하면 반토막나는 마당에 ‘우량주를 사서 장기보유하라’는 말은 무책임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김원장은 요즘 새삼 조명을 받고 있는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보유주식이 작년에 반토막 난 점이 그의 투자방식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물론 올들어 만회하긴 했지만, 그건 운이 좋아서다. 반토막 날 때까지 갖고 있는다는 것은 어리석고 미련한 짓이다. 빠지면 팔았다가 오를 때 다시 사면 되지 않는가. 그가 한국시장에서 주식투자를 했다면 영웅 대접은커녕 망신만 당했을 것이다.”
물론 90년대의 미국 증시처럼 증시의 체질과 대세에 따라서는 장기투자가 먹힐 수 있지만 펀더멘털 분석에 입각한 장기투자는 기본적으로 미련한 짓이라는 것이다. 김원장은 “펀더멘털을 보는 재주로 따지자면 경제학 공부한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잘 해야 하는데 현실은 어떠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자기 아집만 믿고 손절매를 못해 큰 손해를 자초하고 있질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가는 집단심리의 반영이요, 투자의 성패는 99%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말한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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