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기본적으로 환영할 만하다. 우선 세계적인 조세 동조화(同調化)현상을 고려할 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감세정책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세율 인하는 바람직하다. 또 세금감면 조치가 가져다 줄 경기부양 효과도 비록 그 결과가 신속하게 나타나지 않는 단점은 있지만 다른 어떤 일시적 부양정책보다 부작용이 덜하다는 점에서 비판할 일은 아니다.
특히 최근 신용카드 매출이 늘면서 세원(稅源)이 많이 노출되고 과세표준 양성화 조치로 소득규모가 투명해지면서 전체 세수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공평과세의 차원에서도 감세정책은 추진되는 것이 좋다. 정부가 적게 걷어 적게 사용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면 그것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세율은 한번 내리기는 쉬워도 다시 올리려면 조세저항이 크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혹 정부가 내년과 후년으로 예정된 정치적 행사를 염두에 둔 나머지 유권자의 환심을 얻기 위해 과다하게 세율을 낮추려 한다면 그 후유증은 두고두고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행시기와 세목 그리고 인하폭의 선택에서 투명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정부가 ‘세정 개혁에 따른 세수 확대’를 감세정책 추진의 한 배경으로 들었는데 작년도에는 호경기의 영향으로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부문에서 세수증가가 주로 이뤄졌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법인세 쪽보다는 오히려 ‘세정 개혁 효과’가 덜했던 근로소득세 부문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재정수급의 건전성과 재정운용의 안정성 유지가 세제개혁의 전제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급증하는 정부부채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납세기반이 충분히 넓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세가 자칫 재정을 위협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정부의 감세정책이 아직은 초보적 논의 단계에 있지만 국민에게 당장은 생색이 나고 장기적으로는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당국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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