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지에서 복수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은 백인과 흑인, 백인과 동양인, 백인과 미국 인디언 혹은 알래스카 원주민, 백인과 ‘기타 인종’이었다. 특히 백인과 ‘기타 인종’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는 라틴아메리카 출신인 히스패닉계가 가장 많았다. 히스패닉의 6%, 흑인의 5%, 아시아계의 14%, 백인의 2.5%가 자신을 ‘다인종’으로 분류했고 나이 든 사람들보다 젊은 사람들이 여러 개의 인종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
이는 인종간의 결혼이 늘어난 데다 인종이 다른 부부가 아이를 낳는 경우도 과거에 비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더글러스 베샤로프 박사는 “요즘 부모들은 인종이 다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예전처럼 어려운 일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신 세기를 맞아 새로운 정체성을 찾으려고 애쓰는 미국에 큰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풀이된다. 히스패닉계 주민들의 권리옹호 단체인 전국라라자위원회의 소니아 페레스 부회장은 “우리가 인종이라고 하면 백인과 흑인만 떠올리던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인종과 관련된 조사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곧 미국인의 연령분포, 주택현황, 소득, 교육 등에 관한 통계도 밝힐 예정이다.
이번에 발표된 인종 관련 통계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미국인 네 명 중 한 명이 소수인종에 속해 있다. 1980년에는 다섯 명 중 한 명이었다. 여기서 소수인종이란 백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말한다. 히스패닉계 백인도 소수인종으로 분류된다.
△소수인종 중에서 히스패닉계는 현재 미국 소수인종 중 가장 규모가 큰 흑인과 거의 같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성장 속도는 히스패닉계가 더 빠르다.
△히스패닉계 주민의 35%가 18세 이하인 데 비해 비히스패닉계에서는 18세 이하의 비율이 24%이다.
또 이번 인구통계조사에서는 인종의 복수선택이 가능했기 때문에 무려 63개나 되는 인종분류가 생겨났다. 10년 전에는 인종이 고작 5개로 분류돼 있었다. 사회복지사인 르본 개디는 “이제 인종이라는 사회적 허구를 재정의하고 인종을 과거와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인구통계조사의 새로운 시도가 소수인종에게 오히려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도시인구통계학을 연구하는 도웰 마이어스 박사는 “인종분류가 모호해지면 특히 교육 직업 소득 등의 분야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각 인종그룹의 변화를 추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1/03/12/national/13CEN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