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비공개 소규모 모임을 통해 북―미 관계 전반을 재검토하고 부시 행정부가 취해야 할 대북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수렴되는 한반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에선 12일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의 전현직 한반도정책 담당 실무자들과 주요 싱크 탱크의 한반도 전문가 약 20명이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평가하는 비공개 세미나를 가졌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이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솔직히 교환하는 자리여서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많은 의견이 개진됐으나 기본적으로는 한미정상회담이 그렇게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부시 행정부는 정상회담 준비가 안 돼 있었고 한국정부는 지나치게 정상회담을 서두르는 바람에 문제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따라 참석자들은 부시 행정부에 대해 대북정책을 우선적인 외교과제로 간주해 이를 면밀히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동결 및 대북 경수로지원에 관한 94년 제네바 북―미 합의를 미국이 계속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공화당의 강경파들은 이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벌일 것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는 반면 온건파들은 북―미 관계의 기초가 되는 제네바 합의를 미국이 이행치 않을 경우 양자관계는 물론 한국 일본 등의 대북정책에도 큰 혼선이 초래된다며 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달 말 이에 관한 비공개 토론회를 열어 제네바 합의에 관한 문제점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화당의 한 한국전문가는 “미국과 한국간에 대북정책에 관한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 행정부가 정권교체에 따라 외교정책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김대통령이 방문하는 바람에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이 첫 번째 희생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클린턴 행정부 출범 초기 대북정책이 정리되는 데 6개월이 걸렸다”며 “부시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여러 달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