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별법까지 온 '학교폭력'

  • 입력 2001년 3월 18일 19시 21분


한완상(韓完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엊그제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를 ‘학교폭력 대폭 경감의 해’로 정해 늘어나는 학교폭력에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교폭력예방에 관한 특별법’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문제가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착잡하기만 하다. 실제로 교육이민을 떠나거나 떠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학교폭력을 이유로 꼽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학생수는 15만5859명으로 99년 14만9792명보다 크게 늘었다. 한국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지난해 말 전국 초중고교생 2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20.5%, 중학생의 18.8%, 고교생의 5.5%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최근의 학교폭력은 중고교생에서 초등학생으로, 남학생에서 여학생으로 번지고 있으며 단순한 탈선을 넘어 조직화 범죄화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인터넷 폭력사이트를 모방한 범죄로 피해를 보는 학생도 많다. 이 때문에 숨지거나 자살 정신질환 등에 이른 경우가 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교나 교육당국은 학교폭력에 대해 쉬쉬하고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건이 알려지면 학교의 명예에 손상이 가고 학교장이나 교사가 문책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그래서 가해 학생은 오히려 떳떳이 학교를 다니고 피해 학생은 학교를 옮겨야 하는 모순이 빚어지고 있다. 피해 학생들도 사건을 알리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보복을 당한다며 신고조차 꺼리고 있어 학교폭력은 늘어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올해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가해 학생 학부모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제정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있는 방안이 나올지 모르겠다. 교육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나 특별법이 남발되는 것, 특히 교육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바람직한 대책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 근절은 어떤 법을 동원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육의 차원에서 보다 근원적이고 다각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우리 모두 골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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