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스오피스]<트래픽>2주 연속 극장을 잠식하다

  • 입력 2001년 3월 19일 18시 17분


지난 주 국내 극장가에는 '탈장르, 무국적주의' 경향이 두드러졌다. 할리우드 거대 시스템에서 제작된 영화부터 '검열왕국' 이란의 맑고 순수한 동화, 멀리 유럽에서 건너온 두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 느낌이 다른 두 편의 한국영화, 에도 막부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두 편의 일본영화가 골고루 많은 관객들을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선전했다.

이 중 가장 높은 관객동원을 기록한 영화는 개봉 첫 주에 이어 지난주에도 1위 자리를 지킨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 세 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마약'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만나게 되는 이 영화는 전통적인 장르 영화의 속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의외의 선전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별한 주연도, 특별한 이야기의 흐름도 없이 지루하지 않게 장시간의 러닝타임을 끌고 간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 영화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았으며 내친김에 아카데미 수상까지 노리고 있다.

이런 탄탄한 연출력이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어필한 것인지 <트래픽>은 지난 주말 4만2천 명의 관객을 추가로 동원, 현재까지 총 14만5천 명의 관객을 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이어 신발에 얽힌 두 꼬마의 우화를 담은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천국의 아이들>은 여느 이란영화답지 않게 상업성도 만만치 않은 작품. 이란영화로선 최초로 99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전미 개봉 당시 평론가들에게 "록키가 링을 떠난 후 가장 감동적인 스포츠 드라마였다"는 평을 들었다. 꼬마 아이들의 신발 찾기 우화가 스포츠 드라마인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직접 확인할 일.

<천국의 아이들>과 더불어 지난주 개봉된 몇 편의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스내치>는 주말 2만2천3백 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으며 몇 주째 2위 자리를 지켰던 <번지점프를 하다>는 1만9천 명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면서 4위로 내려앉았다.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번지점프를 하다>는 여태껏 총 45만5천4백 명의 관객을 모아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 중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케이트 윈슬렛, 호아킨 피닉스, 제프리 러시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연기 경합을 벌인 <퀼스>는 예상보다 못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금기에 도전한 에로틱 소설의 대가 사드 후작의 말년을 다룬 이 영화는 주말 1만5천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으며, <올빼미의 성> <어둠 속의 댄서> <빌리 엘리어트>가 차례로 박스오피스 6,7,8위를 차지했다.

3월10일 개봉된 일본영화 <올빼미의 성>은 주말 1만1천 명의 관객을 추가해 현재까지 약 4만4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두 편의 유럽영화 <어둠 속의 댄서>와 <빌리엘리어트>는 현재까지 각각 15만6천 명, 12만2천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어둠 속의 댄서>와 <빌리 엘리어트>가 장기간 박스오피스에 머물며 흥행에 선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올빼미의 성>도 '가늘고 긴 생명력'을 유지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중.

그밖에 <베티 블루 37.5>와 흡사하다는 평을 들은 한국영화 <그녀에게 잠들다>와 도쿠카와 이에야스의 장남 살해 작전을 다룬 일본영화 <무사>가 각각 4천7백, 3천5백 명의 관객을 동원해 나란히 박스오피스 9,10위를 차지했다.

다음 주는 신파 멜로의 계보를 잇는 한국영화 <선물>, 인형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무협영화 <성석전설>, <블레어 윗치>의 속편 <북 오브 쉐도우>, 부성애를 다룬 장국영 주연의 감동적인 드라마 <유성어> 등이 개봉되는 주. 이중 상업성이 높다고 알려진 이정재 이영애 주연의 멜로 영화 <선물>이 어느 정도의 관객동원을 기록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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