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 사회의 정보화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는 장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 21세기 지식정보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 정보화 교육 및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정보화의 역기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정보화의 역기능 중에서 인터넷 유해사이트 문제는 이제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개인의 정보 보호가 프라이버시의 문제라면 유해사이트는 불특정 다수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제도적 측면은 물론 사안별 대응이 절실하다.
유해사이트는 유통경로가 다양하고 사생활 침해 정보와 맞물리면서 사회적 전파속도가 대단히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이런 사이트가 사이버 세상에서 사회적 제약 없이 활개친다면 디지털을 통한 유토피아는 고사하고 공동체의 해체와 갈등만 초래해 조지 오웰이 예견한 '1984년' 의 모습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유해사이트 문제에 대해 국가권력이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은 법적 제도적 대응이다. 예컨대 사이트를 폐쇄한다든지 내용등급을 선별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공권력에 의한 규제는 항상 표현의 자유 및 정보통신 주권의 문제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 설치는 사이트 관리자의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이버공간의 특성상 법이나 제도에 의한 규제와 간섭은 궁극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한 기술적 대응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다시 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본질적인 것이 못된다.
정보화의 역기능과 유해사이트 문제의 해소는 결국 교육과 홍보에서 찾아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정보화와 정보윤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체계적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보화를 수용하는 사회적 합의와 태도이며 정보 이용에 대한 시민사회 차원의 올바른 패러다임이 전제돼야 한다. 정보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보화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돼 정보화의 시대적 당위와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과잉 중복투자는 물론 인간의 피폐화와 사회의 공동화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나아가 계층별, 성별, 연령별 정보화 교육이나 인프라 구축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과 함께 시민단체와 언론 등 민간차원에서 정보윤리 확립을 위한 캠페인과 사회적 논의가 보다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나만의 공간이 아니다' 는 사회적 합의와 분위기가 절실히 요구되며 이를 위해 시민사회 차원의 토론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창렬(한국정보문화운동협의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