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규민/정치인과 냉동인간

  • 입력 2001년 3월 19일 18시 29분


최근 캐나다에서 13개월짜리 아기가 냉동인간 이 됐다가 살아난 기적이 일어났다. 기저귀만 찬 채 엄마를 찾아 현관문밖으로 나갔다가 섭씨 영하 24도의 눈밭에서 몸이 언채로 발견됐지만 담요를 덮어주자 소생한 것. 이 아기는 체온이 16도밖에 안됐고 심장박동이 멎은지 2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산소부족으로 인한 뇌손상조차 없어 의학계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의학계는 냉동인간의 해동기술이 찾아질지 모른다며 흥분하고 있다.

▷1967년 간암으로 사망하기 직전 부동액이 들어있는 인공혈액을 몸속에 넣고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로 채워진 강철기구속에 보존되어 있는 미국인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포드박사는 인류 최초의 냉동인간으로 기록되어 있다. 먼 훗날 암이 완전히 정복될 때 그의 몸은 다시 녹여져 전신에 퍼져있는 암세포를 제거한뒤 긴 잠에서 깨어날 예정이다. 그의 아들이 지금 냉동전 아버지의 나이와 같은 73세인데 그는 아버지를 냉동상태로 모시느라 전재산을 날렸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374명의 인간이 같은 목적으로 냉동보관되어 있다. 아직은 해당 질병의 치료기술이나 인체 해동기술이 당초 전망보다 더디게 발달하고 있어 이들이 언제 다시 햇빛을 보게될 지는 기약이 없다. 그러나 오히려 해동기술이 개발된 이후에 더 골치아픈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냉동에서 깨어난 젊은 부모와 그동안 세상일로 폭삭 늙은 자식과의 관계를 포함해 이 기술이 대중화할 경우에 빚어질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들이 걱정의 대상이다.

▷탐욕과 위선으로 가득찬 부자나 포악한 성질을 가진 흉악범이 이 길을 선택할 경우 그들은 해동된 후의 새로운 세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잠을 자고 난다고 버릇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면 혹 사회에 같은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환생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생떼와 몽니와 투쟁만으로 평생을 보낸 우리 정치권의 일부 낡은 실세들이 또다른 시대에서 같은 일을 꿈꾸며 이 방법을 택할까 소름이 끼친다. 그런 점에서 해동기술은 당분간 개발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국가 미래를 위해서 좋을 것 같다. 국민의 고통은 한세대로 족하기 때문이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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