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이야기]세리가 뜨면 증시도 뜬다?

  • 입력 2001년 3월 19일 18시 57분


98년 5월 18일. 한국 스포츠사에 한 획이 그어졌다.

미국 LPGA무대에 진출한 박세리가 첫 우승을 거둔 것. IMF위기로 좀처럼 웃을 일이 없던 국민들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그 해 박세리는 승승 장구하면서 4승을 일궈냈다.

우연의 일치인지 그 즈음 경제도 서서히 회복 양상을 보였다. 바닥을 기던 주식시장도 박세리의 상승세와 비슷한 추세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박세리의 첫 승 당시 350포인트선이었던 종합주가지수는 98년말 560선까지 회복됐다. 그 뒤로도 우연의 일치는 계속 이어졌다.

99년, 박세리의 성적은 한 단계 더 뛰어올랐다. 4승을 포함해 10개 대회에서 톱 텐에 들었다. 그 해 종합주가지수는 12월 마지막 거래일에 연중 최고지수인 1028.07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마감했다. 국민들은 그 해 내내 박세리의 선전에 웃고 주식시장의 활황에 뿌듯해했다.

이듬해. 박세리는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연중 최고 성적은 3위. 총 상금도 99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증시도 내리막을 탔다. 연초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한 주가지수는 맥 한 번 못추고 500선대로 주저앉았다. 재미있는 점은 거래소 시가총액도 99년말 350조원에서 2000년말에는 ‘반토막’ 수준인 186조원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

골프를 좋아하는 여의도 사람들은 “박세리의 성적과 주가는 비례한다”는 우스갯 소리를 하기도 했다.

올 해 들어 박세리는 부활의 날갯짓을 힘차게 하고있다. 1월 LPGA투어 개막전에서 1년 2개월만의 우승을 낚아내더니 3월의 웰치스서클K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2위에 올랐다. 그리고 19일 막을 내린 스탠더드레지스터핑 대회에서도 아쉽게 2위에 그쳤지만 최종 라운드까지 1위와 접전을 펼쳤다. 올해 참가한 4개 대회에서 우승 1번에 준우승 2번. 올 시즌 좋은 활약을 기대케하는 성적이다.

주식시장은 어떤가? 박세리가 LPGA 첫승을 거뒀던 98년초에 비해 지수는 높지만 분위기는 그 때 못지않게 침체돼있다. 경제 전반의 분위기도 어둡다.

증권관계자들이 박세리의 선전을 더욱 반기는 것도 당시와 비슷한 우울 때문일까.

‘박세리의 성적과 주가지수가 비례해왔다’는 현상이 재현되기를 바라는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래줬으면’하는 바램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여의도 사람들은 우연의 일치가 또다시 이어질 수만 있다면 주문이라도 외우겠다고 말한다.

“박세리, 화이팅!”이라고.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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