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 엔화의 약세를 용인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출업자들이 대표를 뽑아 정부의 달러화 강세기조유지 정책을 막기 위해 폴 오닐 재무장관 사무실로 쳐들어가겠다는 의지도 나타내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미 달러화는 논리적으로 약세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있고 무역적자는 기록적인 규모로 늘어나고 있으며 금리는 떨어지고 있는데다 주가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달러화 가치는 유로나 엔화에 대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2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23.01엔을 나타냈으며 유로화에 대해서도 1유로가 89.97센트에 거래되는 등 3개월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20일 연준리의 금리인하로 달러화가치가 다소 내리기는 했으나 높은 수준이기는 마찬가지다.
달러화가치가 이처럼 높다는 것은 일본이나 유럽산 제품의 미국내 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미국제품의 일본, 유럽내 가격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히 미국의 수출은 위축되고 수입은 촉진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미제조업자협회(NAM)에 따르면 유로화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지난해 이후 20%가 평가절하되면서 미국산 불도저 가격이 4만6000유로에서 5만5000유로로 인상됐다.
반대로 일본에 수출되는 미국산 타이어는 지난 18개월간 4500엔짜리가 5천250엔으로 급등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수출길이 좁아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미국기업들은 최근 환율변화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상실로 해외시장에서 유럽의 경쟁국들에 엄청난 주문량을 빼앗기고 있으며 이익도 형편없이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렛 팩커드의 경우 올해 1/4분기에 매출이 17% 정도 늘어날 것이나 환율변화를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8% 증가 효과 밖에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미 달러화가 현재 20% 정도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음에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미국경제의 둔화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주가만 해도 S&P 500 지수는 지난 1년간 19.62% 하락했는데 비해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37.48%나 떨어졌다. 프랑크푸르트의 제트라 닥스 지수는 28.14% 밀렸다.
일본경제의 침체도 달러화 강세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엔화의 추가약세가 용인돼야 한다는 견해가 부각되고 있으며 앞으로 미-일간 가장 중요한 경제현안의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달러화 강세로 인해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싼 수입품을 쓸 수 있으며 물가안정에도 강한 달러가 기여하고 있다.
미국경제에 대한 믿음으로 외국인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달러화의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 전문가는 외국인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미국경제의 장기전망을 좋게 보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달러화의 강세를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유미<동아닷컴 기자>heav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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