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용인론은 일본 경제의 침체가 지속되면 미국경제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미국정부의 계산과 엔저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려는 일본정부의 고려가 맞닿은 해결책으로 주목됐다.
그러나 이 두가지 고려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만큼 충돌의 소지가 높다.
미국의 입장에선 엔저를 확실하게 용인할 경우 국내산업계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제조업은 이미 침체에 접어들었고 지난 해 무역적자는 2650억달러를 기록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에 엔저 정책을 무한정 용인할 경우 미국 산업계의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는 물론 미국경제에 자충수가 될 위험성이 있다.
부시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정상회담에서 "일본 내부에서 수출을 확대해 경기회복을 요구하는 소리가 있지만 내수 확대를 통해 경기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 출신인 폴 오닐 재무장관도 엔저 용인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정부 내부에서도 공동성명에 엔저 용인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반대목소리가 있었다. 일본 재무성은 공공연히 환율정책과 구조개혁이 같이 포함된 공동성명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단기적인 엔저 용인과 장기적인 구조개혁은 비합리적이고 상충될 가능성이 많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결국 양측은 제한적이고 묵시적인 엔저 용인을 통해 각자의 목적달성을 시도할 것이고 그 결과 공동성명에 엔저 용인이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연구원은 "무한정한 엔저 용인은 미국의 무역수지적자폭을 확대하고 일본에도 해외자산이 감소되는 역효과가 있는 만큼 엔화 환율을 달러당 130엔대 초반까지 허락하는 것이 엔저 용인의 한계선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