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개나리…애기원추리…이름만 봐도 꽃이 보여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27분


남녘에서부터 꽃소식과 함께 봄이 찾아왔습니다. 개나리는 봄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아직 눈이 채 녹지 않은 곳에서도 잠깐 나오는 햇볕에도 성급하게 피었다 지곤 했습니다. 나리는 나리인데 성급하게 꽃 피는 게 경망스런 강아지 같다고 개나리라는 이름이 붙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개나리 말고도 ‘개’로 시작하는 꽃이나 풀들이 꽤 있는 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립수목원의 이유미 박사에 따르면 개로 시작하는 꽃이나 식물은 대개 꽃모양이 덜 탐스럽고 맛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개나리도 나리보다 못하다는 의미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죠. 마찬가지로 개살구는 맛이 없습니다. 또 흔히 참꽃이라 불리는 진달래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꽃의 아름다움이 못 미치는 철쭉을 개꽃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개망초는 망초보다 훨씬 꽃이 화려합니다. 망초는 구한말 일제가 우리나라에 침략을 위한 철도를 놓을 때 침목에 따라 들어온 외래종입니다. 그래서 망국초(亡國草)라고도 불립니다. 나라가 망해갈 때 갑자기 피기 시작한 꽃이니 곱게 볼 리가 없겠죠. 그래서인지 망초와 같은 종류이면서 더 화려한 꽃이 피니까 미운 마음에 개망초라 불렀나 봅니다.

또 같은 종류의 꽃에 비해 크기가 작지만 예쁜 꽃에는 ‘애기’를 붙였습니다. 애기기린초나 애기원추리를 도감에서 찾아보면 모두 ‘키가 작으며 꽃이 아름답다’는 설명이 먼저 나옵니다.

한편 이름만 보고도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지, 어디에 사는지를 알 수도 있습니다. 뱀딸기는 뱀과는 상관없이 습하고 음침한 곳에서 자라 사람이 먹기엔 적당하지 않다고 ‘뱀’을 붙였습니다. 뱀고사리가 식용으로 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또 ‘하늘’로 시작하는 식물은 높은 데서 산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나리는 보통 해발 500m 이상에서 자랍니다.

모처럼 나간 여행길에서 우리 꽃이름 하나 알고 오는 것은 어떨까요. 이름에 붙은 뜻도 함께 말입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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