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장류 적-녹색 구별력은 어린잎 골라먹기 위해 생겨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28분


사람을 포함한 일부 영장류가 다채로운 색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학설이 나왔다.

홍콩대 너새니얼 도미니, 피터 루커스 교수는 영장류가 영양이 많고 소화가 잘 되는 어린잎을 골라 먹기 위해 적색과 녹색을 구분하게 됐다고 ‘네이처’ 15일자에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우간다 키발레국립공원의 침팬지, 콜로부스, 붉은꼬리원숭이의 먹이를 수집해 색깔을 조사했다. 그 결과 녹색이 우거진 숲에서 익은 과일을 찾는데는 파랑과 노랑만 구분할 수 있는 2색형 색각(색채를 식별하는 시각)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어린잎을 찾으려면 빨강과 녹색도 구별할 수 있는 3색형 색각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아프리카 식물의 절반 가량에서 어린잎이 붉은 색조를 띤다”며 “단백질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어린잎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색각 능력을 획득한 영장류가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0년 동안 과학자들은 짙푸른 열대 우림 속에서 잘 익은 과일을 쉽게 찾기 위해서 적록 색각이 진화했다고 믿어 왔다. 영장류의 시각을 연구해 온 영국 스털링대 한나 부카난―스미스 교수는 “이번 결과가 참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 가설을 뒤집기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래 흑백이었던 동물의 시각은 1차로 파랑과 노랑을 구분하는 2색형 색각을 갖게 됐고 그 뒤 노랑빛을 감지하는 시세포가 각각 빨간빛과 녹색빛에 민감한 시세포로 분화해 3색형 색각을 갖게 됐다.

현재 색을 볼 수 있는 동물로는 일부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등이 있으나 사람처럼 3색형 색각을 가져 다양한 색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중에서도 소수의 영장류와 조류만이 갖고 있다.

<강석기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