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과 저수지가 시간적으로 불규칙한 하천의 수량을 조절해 인류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 공급, 수력발전, 홍수조절 등 댐의 주요 기능 이외에 수운, 어업, 관광, 기반시설 향상, 고용확대 등도 댐이 주는 귀중한 편익이다.
1960년대에 시작된 국내에서의 댐 개발은 1990년대에 와서 주춤해졌다. 지속적인 수자원 개발로 어느 정도 물 수급이 안정됐고, 댐 개발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전철과 시화호 개발 등 정부가 개발 일변도로 시작한 국책사업들이 사회 문제로 등장하면서 댐 개발도 환경운동의 대상이 됐다. 마침내 정부가 지난해 영월댐(동강댐)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국내의 댐 개발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을 잃었다.
그러나 수방(水防)은 국방(國防)과 함께 국가의 기본 책무이며, 댐은 홍수 조절의 주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댐을 건설하는 것은 물 공급과 재해 예방을 위한 일종의 사회 집단보험이다. 그 보험료는 국가와 수혜자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의 영월댐 개발계획의 백지화는 댐 개발의 이정표가 됐다. 기존 방식대로 추진하는 댐 개발은 이제 더 이상 사회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물 수요 추정의 합리성, 홍수위험 검토의 타당성, 대안의 가능성, 경제적 타당성, 수혜자와 피해자간의 공정성, 댐의 안전성과 위험도의 기술적 타당성, 환경의 지속 가능성, 이해 당사자의 참여와 계획의 투명성 등 세계댐회가 제시한 종합적 검토를 거치기 전에는 댐 개발 계획 자체가 성립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세계댐회는 그들이 제시한 정책 결정 과정을 토대로 우리 여건에 맞는 댐개발 평가 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따라서 앞으로 댐 개발이나 대규모 수자원 사업을 계획할 경우 이를 체계적,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잘못된 결정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물 문제를 촉발하지 않도록 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동시에 세계댐회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세계은행에서 지원하는 발전이나 관개 목적의 댐 개발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여건에 꼭 맞지는 않는다.
우리의 댐 개발은 생활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여건에 맞는 댐 개발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세계댐회가 제안한 것처럼 정부 기관, 사회단체, 민간 영역, 공사와 금융기관, 전문가 집단, 대학과 연구 기관 등이 망라된 한시적 기구에서 우리 여건에 맞는 댐 사업의 의사결정 시스템, 관련 기준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개발하자. 이 시스템은 댐 개발의 타당성을 일반적, 객관적,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우 효 섭(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