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효섭/우리식 댐 개발 기준 만들어야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31분


지구상의 수자원은 한계가 있고 불균형하게 분포돼 있다. 수자원의 계절적 편중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는 효율적인 하천수 이용을 요구한다.

댐과 저수지가 시간적으로 불규칙한 하천의 수량을 조절해 인류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 공급, 수력발전, 홍수조절 등 댐의 주요 기능 이외에 수운, 어업, 관광, 기반시설 향상, 고용확대 등도 댐이 주는 귀중한 편익이다.

1960년대에 시작된 국내에서의 댐 개발은 1990년대에 와서 주춤해졌다. 지속적인 수자원 개발로 어느 정도 물 수급이 안정됐고, 댐 개발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전철과 시화호 개발 등 정부가 개발 일변도로 시작한 국책사업들이 사회 문제로 등장하면서 댐 개발도 환경운동의 대상이 됐다. 마침내 정부가 지난해 영월댐(동강댐)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국내의 댐 개발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을 잃었다.

그러나 수방(水防)은 국방(國防)과 함께 국가의 기본 책무이며, 댐은 홍수 조절의 주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댐을 건설하는 것은 물 공급과 재해 예방을 위한 일종의 사회 집단보험이다. 그 보험료는 국가와 수혜자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의 영월댐 개발계획의 백지화는 댐 개발의 이정표가 됐다. 기존 방식대로 추진하는 댐 개발은 이제 더 이상 사회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물 수요 추정의 합리성, 홍수위험 검토의 타당성, 대안의 가능성, 경제적 타당성, 수혜자와 피해자간의 공정성, 댐의 안전성과 위험도의 기술적 타당성, 환경의 지속 가능성, 이해 당사자의 참여와 계획의 투명성 등 세계댐회가 제시한 종합적 검토를 거치기 전에는 댐 개발 계획 자체가 성립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세계댐회는 그들이 제시한 정책 결정 과정을 토대로 우리 여건에 맞는 댐개발 평가 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따라서 앞으로 댐 개발이나 대규모 수자원 사업을 계획할 경우 이를 체계적,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잘못된 결정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물 문제를 촉발하지 않도록 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동시에 세계댐회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세계은행에서 지원하는 발전이나 관개 목적의 댐 개발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여건에 꼭 맞지는 않는다.

우리의 댐 개발은 생활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여건에 맞는 댐 개발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세계댐회가 제안한 것처럼 정부 기관, 사회단체, 민간 영역, 공사와 금융기관, 전문가 집단, 대학과 연구 기관 등이 망라된 한시적 기구에서 우리 여건에 맞는 댐 사업의 의사결정 시스템, 관련 기준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개발하자. 이 시스템은 댐 개발의 타당성을 일반적, 객관적,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우 효 섭(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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