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회사채시장 다시 찬바람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31분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의 시행으로 회생 조짐이 보이던 자금시장이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불안한 해외경제와 정부의 현대 추가지원으로 시장 리스크가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물량이 급격하게 줄고 있고 국고채와의 금리격차(스프레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시장 리스크가 이미 신속인수제 시행 이전인 지난해 말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자를 갚기도 벅찬 현대 계열사에 자금을 추가지원한 것이 결과적으로 시장 리스크를 더욱 높였다는 것. 여기에 미국의 경기둔화와 일본의 경제위기까지 국내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리스크는 배가됐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은 회사채 매입을 꺼리고 있고 개인들의 투자심리도 점차 위축되고 있다.

▽발행물량 절반으로 줄었다〓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물량과 24일까지의 발행예정 물량은 총 2조8000억원으로 지난달 8조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금난을 겪고 있는 BBB급의 경우 2월에 1조46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발행됐지만 이달에는 발행규모가 7000억원으로 줄었으며 BB급의 경우 아예 발행조차 안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고채와의 금리격차도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던 국고채와 AA급 회사채와의 금리격차는 정부의 현대 추가지원이 결정된 10일 이후 다시 급격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회사채간 금리격차가 확대된다는 것은 국고채에 비해 회사채의 투자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의미.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증권 채권운용팀 양상근 과장은 “수익성이 다소 낮더라도 안정성이 높은 국고채를 선호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리스크 프리미엄에 대한 부담으로 회사채 금리는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리스크 점차 확대〓채권전문가들은 정부의 현대지원이 회사채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금융불안과 미국 경기 침체가 국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리스크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 메리츠 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국고채 시장이 과열되면서 회사채로까지 매수세가 확산돼 무분별한 자금유입을 걱정했을 정도로 회사채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였지만 최근 과열세가 진정되고 해외 악재가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회사채 유통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결과적으로는 기업들의 돈 구하기가 또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채권영업팀 채교열 과장은 “회사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거래가 뜸해졌고 그나마 최근에는 1년짜리 단기물만 거래가 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업협회 이정수 채권부장은 “시장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에서 자금시장의 선순환 흐름을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며 “현시점에서는 해외경제의 안정을 기초로 한 경기회복과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자금시장 회생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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