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美금리 0.5%P 인하 월街 시큰둥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43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일 단행한 연방기금과 재할인 금리의 인하 폭이 당초 기대치인 0.75%포인트에 못 미치는 0.5%포인트에 머문 것은 미국 경제가 그렇게 과격한 처방을 필요로 할 만큼 나쁘지 않은 것으로 FRB가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FRB 경제호전 판단〓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최근 의회 증언에서 “지난해 말 현저하게 나타났던 경기둔화 움직임이 올 1, 2월에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밝혀 미 경제가 나아지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실제로 주택 거래량은 1월에 3.8%가 증가했고 지난달 신규 주택 건설은 사상 세번째로 건축경기가 좋았던 지난해 수준에 육박했다. 또 철강 생산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등 최근의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추가 금리인하 유력〓그러나 이같은 낙관론은 지난해 3월부터 1년째 곤두박질친 주가로 인해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미 금융가의 일반적인 기류와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 연방은행 총재 출신인 베어스턴스사의 웨인 앤겔 수석분석가는 “금리를 0.75%포인트 대신에 0.5%포인트만 내린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경기후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고 일본 경제의 침체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FRB가 보다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야 했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미 금융가에서는 FRB가 5월 15일로 예정된 다음번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에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을 거의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의 손성원 부행장은 “FRB가 4월과 5월에 각각 0.5% 포인트씩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추락하는 그린스펀 평판〓0.5%포인트 인하 결정에 대해 미국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그린스펀 의장이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처방 조치도 때 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비판가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지난해 하반기 경기둔화의 조짐이 나타날 때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11월까지 계속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경기침체를 부추겼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 전체가구의 절반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붕괴는 미국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린스펀 의장이 간과했다는 것이다.

래드노 컨설팅사의 로런스 시머린 회장은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그린스펀 의장이 새 행정부 들어 감세 지지로의 선회와 소극적인 금리 인하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만약 미국 경제가 악화된다면 그의 책임론이 더욱 고개를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미경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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