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공항 가는 길 여전히 비싸다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44분


시험 운영 과정에서 말이 많았던 인천공항이 8년간의 대역사를 마무리짓고 22일 개항식을 갖는다. 개항식을 이틀 앞둔 20일 막판 점검에서도 입주가 늦었던 외국 항공사들의 짐을 체크인하는 공용사용자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해 수하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29일 정식 개항까지 남은 일주일에 그동안 드러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크게 걱정된다.

인천공항은 모든 과정을 첨단 컴퓨터 시스템으로 연결했다. 한 군데서 사고가 나면 다른 곳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홍콩 첵랍콕 공항에서는 화물터미널의 컴퓨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20여일 동안 수하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대혼란을 빚었다. 이런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 놓아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항 상주 근로자들이 소속된 6개 노동조합은 신공항 고속도로의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당정이 노선버스 통행료를 낮추었다고 하지만 3교대로 24시간 운영되는 국제공항 직원들의 심야와 새벽 시간대 교통수요를 대중교통수단이 모두 해결해주기는 어렵다. 근로자들의 일터도 1700만평의 너른 부지에 흩어져 있다.

공항 상주 직원들도 승용차를 이용하면 일반인과 같은 왕복 1만2200원을 내야 하니 주차료까지 고려하면 교통비 부담이 너무 크다. 상근자들에 대해서는 국가예산으로 무료 통행권이나 할인권을 사주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공항고속도로는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에 따른 제1호 민자사업이다. 통행료를 비싸게 책정하더라도 유일한 공항 접근로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으니 완공해 놓으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돈벌이를 하게 된다. ¤신공항하이웨이에 출자하고 공사에 참여한 11개 건설사는 은행에서 빌린 건설 원리금에 이윤(9.7%)을 덧붙여 통행료를 책정해 통행료가 터무니없이 비싸졌다. 도로공사가 비슷한 거리에서 받는 고속도로 통행료는 1100원이다.

국가의 대표적 관문으로 통하는 유일한 접근로를 민자로 건설해 놓고 비싼 통행료를 받는 것은 국제공항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잘못이 있다. 도로공사가 ¤신공항하이웨이를 인수해 일반 고속도로 수준으로 통행료를 낮추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공항철도도 민자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정부 예산을 들여서라도 공사를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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